[특파원코너] 자민당사 '인기 관광코스'

일본인 중에서도 벽촌에 사는 이들이 도쿄에 오면 들러가는 명소가 몇 군데 있다. 도쿄 디즈니랜드,도쿄 타워,실내 돔 야구장 등 도쿄의 마스코트처럼 인식되고 있는 명소는 항상 인파로 붐비고 관광회사들에는 귀중한 돈벌이 코스가 되고 있다. 그런데 도쿄의 인기 관광코스에 이변이 생길 게 확실해졌다. 한 여행사가 자민당 본부 방문이 포함된 상품을 곧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랜드 등을 함께 묶어 준비중인 이 상품은 자민당 본부에 들러 사진도 찍고 1층 현관에서 기념품 쇼핑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자민당 본부에는 고이즈미 총리의 초대형 사진이 걸려있다.건물 외벽의 5개 층을 가리며 매달려 있는 이 사진은 폭도 10m를 넘는다. 일본 언론과 자민당 일각에선 독재국가 선전물을 연상시킨다는 혹평이 계속됐지만 수뇌부는 꿈쩍하지 않았다. 고이즈미 캐릭터 인형과 액세서리가 불티나게 팔리고 포스터도 대인기인데 무슨 걱정이냐는 것이다. 여행사가 기획중인 자민당 본부 방문 상품은 이런 분위기를 바탕에 깔고 있다. 고이즈미 인기에 편승해 자민당을 방문하고 고이즈미 인형을 살 시간을 준다면 틀림없이 대박이 터진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고이즈미 총리는 영국 언론으로부터 '일본 쇼맨'이란 비아냥을 들었다. 개혁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지만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기는 급락하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였다. 영국 언론은 또 의회주의 국가에서는 80%대의 지지율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영국에서라면 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일본인 유명 감독은 일본 국민들의 조직,무리에 대한 과신과 맹목적 충성심을 "빨간 신호등도 함께 건너면 무섭지 않다"는 말로 표현한 적이 있다. 일본 국민들은 자국 총리가 서구 언론으로부터 '알맹이 없는 지도자'라는 혹평을 받아도 여전히 짝사랑하기에 바쁘다. 경제는 추락해도 지도자의 말 한마디와 제스처에서 모든 위안을 얻는 그들의 표정에는 사고의 균형을 잃은 정치 소국 일본의 현주소가 다시 한번 드러나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