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신용조회 잦으면 신용 깎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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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그동안 거래해온 A은행을 찾았던 김모(35)씨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하는 낭패를 겪었다.
신용조회 횟수가 너무 많아 대출심사에서 탈락했다는 담당 직원의 답변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한두달 전 인터넷 대출로 얼마나 빌릴 수 있는지만을 알아 보려고 대여섯군데 은행에서 자신의 신용조회를 받아봤을 뿐인데 그것 때문에 대출이 곤란하다니 황당하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신용조회 횟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정작 필요할 때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
고객 입장에선 은행의 횡포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대출 거절이란 불필요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고객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이같은 현상은 신용정보회사가 관리, 제공하고 있는 개인별 신용정보 조회실적을 금융사들이 대출심사 항목에 반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의 은행이용상담실에는 신용조회수가 많아 대출을 받지 못했다며 관련 규정을 묻거나 항의하는 전화와 상담이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다.
조흥 한빛 평화 한미은행 등 일부 금융사들은 고객의 신용조회 횟수를 신용평가시스템(CSS)의 항목으로 포함, 대출심사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 경우 조회건수가 일정 횟수 이상이면 점수가 깎이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은행측은 설명하고 있다.
정식 항목으로 분류하지 않는 은행이라도 신용조회 횟수를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대출담당 심사역의 판단이 필요한 중간급 신용등급에 속한 고객의 경우 신용조회 실적이 지나치게 많으면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융사들이 신용조회 실적에 주목하는 것은 짧은 기간 내에 여러 군데에서 신용조회를 했을 경우 일단 신용을 의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부분 최근 6개월 이내의 조회실적을 참고한다.
최근 갑자기 신용조회를 많이 받았다면 △사기 등 의도적인 목적으로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경우 △주거래 은행이 없거나 있더라도 최근 불량사유가 발생했을 가능성 △타 금융사에서 대출거절됐을 경우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 등을 추정하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신용평가 항목에서 신용조회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점수의 3∼4%에 불과해 그 자체가 대출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다"면서 "다만 대출여부가 불투명한 이른바 그레이존(gray zone)에 속한 대출신청자의 경우 담당 심사역이 신용조회 여부를 주의깊게 살펴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이익을 사전 방지하기 위해 대출신청 이전에 자신의 신용점수를 점검, 대출가능액을 확인하는 절자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주거래은행을 정해 신용점수를 평소에 관리하는 세심한 주의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