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땅 굳은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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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여름 한복판에서 체력부족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고전하고 있다. 뉴욕증시 반등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약효'를 내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단기 급락세가 멈췄다며 긍정적이라면서도 에너지소진을 재차 일깨우며 반등에 실패함에 따라 향후 운신의 폭이 더욱 좁혀진 것으로 평가했다.
증시를 움직일만한 국내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비록 기술적 반등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뉴욕증시와의 동행 실패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갈수록 커지는 뉴욕증시 영향력과 외국인 매매패턴를 극도로 위축된 투자심리가 자칫하면 호재에는 둔감하고 악재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침체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다소 성급한 진단도 나온다.
지난 이틀간 하락갭을 만들며 급락, 주요 지지선이 무참히 깨진 뒤 이날 560선 마저 무너지면서 바닥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4월 랠리를 시작하면서 만든 상승갭이 위치한 540∼550선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나 이 역시 나스닥 2,000선 지지가 전제로 깔려 있다.
◆ 바닥 짚을까 = 수요일 증시는 국내외에 영향을 미칠만한 별다른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약세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옵션만기일을 하루 앞둔 부담감이 더해지면서 다시 바닥짚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각종 지표가 하나둘씩 과매도 신호를 내고 있고 단기 급락에 따른 저가매수 심리가 꿈틀대고 있다. 따라서 저가매수세 유입을 받은 지속적인 반등 시도도 점쳐진다. 이 경우에도 상승에 편승한 무리한 매매보다는 반등시마다 현금비중을 확대하면서 조금 더 느긋하게 여름장세 관전법을 익히라는 의견이 많다.
이날 드러났듯이 저점을 찍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낙폭과대 논리'에 따른 '저점매수'는 이익에 비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함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오전중 금융정책협의회를 갖는다. 연기금 투자 등 증권시장 안정대책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대책이 발표된다면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다소 녹일 전망이다. 정부가 사용할 '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영향력이 오래 갈 지는 의문이다.
방향이 엇갈리기는 했지만 뉴욕증시 향방이 역시 최대 관건이다. 반등에 성공한 화요일 뉴욕증시는 주중반 야후, 모토로라 등 기업실적과 실업,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이어지며 방향 제시를 좀 더 늦출 것으로 관측된다.
◆ 세계경제 동반 침체 우려 = 상대적으로 건실한 성장이 기대됐던 유럽 경제가 부진에 빠져드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가세하고 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설까지 더해져 뒤숭숭하다. 아르헨티나가 국채 만기를 맞아 디폴드 위험이 높다는 관측은 충격이 크지는 않았지만 안심할 수도 없다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수출입물가가 2개월 연속하락, 수출부진 지속에 따른 경기회복지연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를 받아 내수관련주로 매기가 몰려 경기 침체 지속 우려감이 여전함을 나타냈다.
뉴욕 증시 상장 기업들은 주중반 본격적으로 실적을 내놓으면서 경기침체를 확인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20일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반도체 경기가 과연 어디까지 가라앉을 지 논란이 뜨거워지겠다.
한켠에서는 지난 4월을 떠올리며 실적발표를 기다리고 있으나 재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리인하라는 무기를 다 써먹은 데다 금리인하와 더불어 당시 증시를 끌어올렸던 하반기 경기회복론도 빛이 바랬다.
이날 은행주가 상반기 실적호조를 재료로 두각을 나타냈듯이 약세장에서 실적주만한 대안도 없는 만큼 선도 조정을 받은 실적주는 관심대상에 올릴만 하다.
시장관계자들은 반도체, 통신주 매수타이밍이 한차례 더 늦춰진 만큼 당분간 실적주, 내수관련주에 종목별로 빠른 순환매가 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옵션 만기, 단기 충격에 대비 = 옵션 만기일을 하루 앞둔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어 시장참여가 활발하지 않은 점은 부담이다.
과거 경험이 보여주듯이 옵션 만기가 추세를 바꾸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당일과 전날 미치는 단기 충격은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만기일 전후로 차익 비차익 물량을 합쳐 약 2,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 출회를 예상하고 있다. 옵션과 직접 연관된 물량은 많지 않다는 점, 시장 베이시스가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수의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현재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2억주와 1조원을 갓 넘고 있는 등 시장체력이 허약하고 외국인이 매도 기조를 유지할 경우 현실적으로 매물을 받아 줄 주체가 없는 상황이어서 시장 베이시스 추이에 더욱 관심이 요망된다.
◆ 구조조정 진척되나 = 지난달 하이닉스의 해외DR 발행 이후 자취를 감춘 구조조정 기대감이 다시 모멘텀으로 부각되며 증시 전면에 나설 지도 관심거리다.
이날 이근영 금융감독㎰坪揚?현대투신의 AIG 외자유치와 관련해 "현대증권 지분 매각 가격협상만 끝나면 외자유치 협상은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봐도 된다"며 "이달말까지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대증권을 비롯 증권주에 매수세가 몰렸다.
GM과 채권단의 대우차매각 3차 협상은 오는 13일경 홍콩에게 재개될 예정이다. 지난달 두차례 협상에서 상당한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매각대금, 부평공장인수, 정부의 지원범위 등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지가 초점이다.
이밖에 공적자금 투입 은행 정부 지분의 순차적인 매각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도이체방크 자회사인 DB캐피털 파트너스는 이날 서울은행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지지부진하던 구조조정 현안이 하나둘씩 진척된다면 긍정적인 신호가 틀림없다. 현재 시장 여건상 장세를 주도하긴 어렵겠지만 실마리가 풀려갈수록 종목이나 업종에는 상당한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대부분 이미 노출된 재료인 데다 이날 나온 내용도 새로울 게 없는 진행 과정의 확인일 뿐이어서 섣불리 기대감에 기댄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뚜렷한 신호를 기다리는 편이 바람직하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