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ization Impact! 외국자본] (8) 토종 대응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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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의 대응전략 (상) - 전략제휴를 잘 해야 살아남는다 ]
지난 5월23일 LG트윈타워에서 체결된 LG화학과 독일 도멘(Dohmen)사간 염료사업부문의 전략적 제휴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국내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LG화학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염료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국내외 공장의 경영권과 영업권을 통째로 넘기는 대신 세계 5위권인 도멘사의 지분 49%를 취득했다.
이 방식은 단순 외자유치나 자산매각을 통해 사업을 '리모델링'하는 방식과 달랐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월적 지위에 있는 다국적 기업의 상당 지분을 얻었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노기호 LG화학 사장은 "다국적 기업들의 전략적 동맹이 강화되는 가운데 도멘사와의 제휴는 불가피했다"며 "결과적으로 염료사업을 포기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우리보다 사업역량이 높은 도멘사로부터 배당 등을 받아 안정적인 수익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98년 바스프 바이엘 호스트 제네카 등 유수의 글로벌기업들이 염료사업만 따로 떼내 다이스타(Dystar)란 이름의 세계 최대 염료회사를 출범시킨데 이어 세계 4위인 영국 요크셔까지 중상위권의 CNK와 포괄적 제휴를 맺은 상황에서 LG로선 주력도 아닌 염료분야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LG가 도멘쪽으로 줄을 선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으로 세계시장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업종에 걸쳐 '글로벌합종연횡'이 대유행이다.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다국적 메이저 기업들의 핵우산 아래 들어가서 일정한 영업권역을 할당받고 기술 연구개발(R&D) 등에서 '자신의 적정 역할 및 기여 분야'를 확보해야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휴 형태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얼마전까진 보스형 다국적 기업 아래 지역 기업들이 모이는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들어선 세계 최고들끼리 뭉치는 '강자연합'이 두드러진다.
세계 톱클래스의 가전메이커인 일본 마쓰시타와 히타치가 지난 5월 전격적으로 포괄적 제휴를 성사시켜 세계 가전업계에 충격파를 던졌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인텔이 컴팩으로부터 체세대 반도체기술인 알파칩 기술을 인수, 인텔의 경쟁사였던 IBM을 경악케 했다.
국내 업계에선 지난 3월 금호석유화학과 동부한농화학이 생명공학의 연구개발 분야에서 손을 잡으면서 중소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이승일 전략그룹장은 "이제 '적과의 동침'은 옛말이 됐다"며 "어떤 기업을 동맹군으로 삼느냐에 따라 글로벌 경쟁의 성패가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더이상 토종기업들과의 자체 경쟁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시장을 놓고 격돌을 벌였던 한국과 일본 업계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EL(자체발광형 표시장치) 부문에선 '적과의 동침'을 서슴지 않고 있다.
LG전자가 내년까지 총 1천억원을 들여 월 1백만개의 생산능력을 확보키로 하자 삼성SDI가 일본 NEC와 손을 잡은 것.
삼성SDI는 이어 세계 최대 PDA(개인휴대용 단말기) 업체인 미국 팜과 제휴를 맺고 유기 EL 등의 부품 우선공급권을 확보해 놓았다.
동부전자와 도시바의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문의 합작도 삼성전자-인텔과 NEC-TSMC(대만) 동맹에 대항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에어컨 부문 세계 1,2위권인 LG전자와 마쓰시타간 에어컨 제휴는 아직 동맹군을 만들지 못한 '단기필마' 경쟁자들에겐 '규모의 경제'로 시장을 양분하겠다는 '공포의 전략'으로 와닿을 수밖에 없다.
미국 오티스가 LG로부터 엘리베이터 사업부문을 인수하자 현대엘리베이터가 미쓰비시와 판매부문의 제휴를 맺고 동양에레베이타가 해외제휴선 찾기에 골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생존 분기점인 연산 4백만대를 총족시키기 위해 '세계적인 줄서기'를 거의 마무리해 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작년에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포괄적 제휴를 체결하면서 최근 상용차 엔진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데 합의했다.
고급차 생산에 치중해온 다임러로선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있는 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현대와 같은 파트너가 꼭 필요했던 것.
삼성자동차는 프랑스 르노에 팔렸고 앞으로 대우자동차가 제너럴모터스(GM)에 매각될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는 모조리 세계 빅6의 동맹군에 편입되는 셈이다.
"현대-다임러가 예정대로 1∼2년내 월드카 양산에 들어갈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시장에서 다임러와 GM의 지역 전략이 정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현대차 관계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작년에 대한항공이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델타 등과 '스카이팀'을 결성하면서 세계 4대 항공동맹의 한 축에 끼어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서비스의 질 향상과 함께 궁극적으로 갈아타는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줄임으로써 1백개국 4백개 도시를 원스톱으로О簫?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항공동맹은 유나이티드 싱가포르항공 등 15개 회원사들을 거느린 '스타'가 앞서 나가고 있지만 스카이팀도 최근 체코항공을 편입시켜 만만찮은 추격세를 보이고 있다.
토종들간의 국내시장경쟁이나 수출경쟁은 갈수록 퇴색하고 동맹군간의 싸움에서 토종업체들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가 산업경쟁의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획취재부 오춘호.조일훈.장경영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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