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다지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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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바다 건너 불어온 상쾌한 바람을 만끽하고 있다.
뉴욕발 호재가 국내 모멘텀, 매수주체, 주도주 부재라는 공백을 메우며 반등을 이끌어냈다.
상승종목이 700개에 육박하고 있고 이달 들어 가장 활발한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는 등 얼어붙었던 투자심리도 되살아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전날 545까지 빠졌던 종합지수가 550선을 지켜내며 마감한 뒤 이날 닷새만에 오름세로 돌아서자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진단도 나온다.
지난 4월 랠리 시작시 발생한 상승갭이 위치한 540∼550선에서 지지력이 확인됐고 지난주 알코아에서 시작된 뉴욕증시 상장기업 실적이 예상치를 채우고 있어 아래보다는 위쪽으로의 변동 여력이 크다는 예측이다.
대체적으로 바닥권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상황은 바닥을 찍고 올라서는 국면이라기보다는 바닥을 다지며 하방경직성을 확보에 주력할 시점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향후 줄줄이 이어진 기업실적 발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거의 유일한 변수인 뉴욕증시도 일희일비할 가능성이 높아 섣불리 추세전환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 등 뚜렷한 경기회복 신호가 나오지 않고 있어 이번 분기와 4/4분기 실적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대치를 낮춘 지난 분기 실적에 대한 과민반응은 자제해야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을 비롯,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요지수가 동반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목요일 뉴욕증시가 어떻게 반등할 지는 의문이다. 나스닥 100선물지수는 낮 12시 35분 현재 73포인트 상승을 가리키며 일단 호응하는 분위기다.
뉴욕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닷새째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수급여건이 취약한 상태에서 최대 매수세력인 외국인이 기술주에 대한 시세 연속성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어 추가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옵션만기일을 맞은 이날 지수선물 9월물 시장베이시스가 플러스로 돌아섬에 따라 프로그램 매물 충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관이 지수관리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과거 경험상 장 막판 어느 정도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선물옵션 시장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편이 낫다.
본격적인 기업실적 발표를 앞두고 별다른 경제지표가 나오지 않은 수요일 뉴욕증시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닷새만에 2.87% 오르는 등 기술주에 저가매수세가 몰리며 주요지수가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장 마감후 모토롤라와 야후가 기대보다 나은 손실과 이익을 각각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상승쪽으로 기울었다. 시간외거래서 이들 종목이 이끄는 기술주가 강세를 이었다.
모토롤라는 지난 2/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하고 주당 11센트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손실이 예상한 12센트보다 작다는 데 만족했다. 야후는 손익을 맞추리라는 전망을 깨고 주당 1센트의 수익을 냈다고 밝혔다.
결정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날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마감한 회계년도 4/4분기 매출이 65억∼66억달러로 예상범위 63억∼65억달러를 웃돌겠다고 추산했다.
대우증권 이영원 연구위원은 "바닥권에 접근했다는 것에는 일면 동의하지만 미국 기업실적에 대한 국내 증시 반응이 조금은 과장된 느낌"이라며 "금리인하나 경기회복에 대한 무차별적인 기대감이 수용되던 지난 1월이나 4월과는 상황이 틀려 기업실적 발표가 추세전환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반도체, 통신주 등 기술주와 인터넷주가 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시세연속성이 보장되기는 힘들어 기술적 반등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매수범위는 내수관련주나 은행주쪽으로 좁힐 때"라고 덧붙였다.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펀더멘탈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외풍에 의한 상승이어서 바닥을 찍었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며 "기본적으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상 제한적인 상승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 증시 등락에 따라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일본, 대만에 이어 싱가포르도 마이너스 성장권에 들어서는 등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어 실적주에 국한된 보수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종합지수는 560선을 훌쩍 뛰어서며 출발한 뒤 10포이트 안팎 오름폭을 유지하며 추가 상승을 도모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35분 현재 전날보다 11.20포인트, 1.94% 올랐고 주가지수선물 9월물은 1.50포인트, 2.19% 높은 69.70에 거래됐다.
코스닥지수는 3.25포인트, 4.77% 급등한 71.32를 가리켰고 코스닥선물 9월물은 85.85로 3.20포인트, 3.87% 상승했다.
옵션만기일임에도 시장베이시스가 0.1∼0.2범위를 오가며 프로그램 매수가 412억원 유입됐다. 매도는 176억원 출회됐다.
개인이 닷새만에 나타난 방향 전환을 반기며 187억원을 순매수, 반등을 주도했다. 개인은 코스닥에서도 모처럼 급등한 인터넷관련주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며 128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수를 내는 투신 도움으로 65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우군이 없는 코스닥에서는 56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뉴욕호재를 매도기회로 삼으며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198억원과 12억원을 순매도, 반등을 차익실현으로 맞는 양상이다.
활발한 매수주문이 이어지며 1억9,022만주, 7,513억원 어치가 거래됐다. 하지만 향후 장세에 자신감을 갖고 임하진 못하고 있어 변동폭은 장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험업이 약보합권에 머물고 있을 뿐 전업종이 상승하고 있고 개별종목에 대한 관심도 짙게 깔리며 두시장을 합쳐 1,200종목 이상이 상승했다.
반도체, 통신, 인터넷 관련주가 모처럼 동반 상승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상승의 중심에 섰다. 삼성전자는 엿새만에 오름세를 경험하며 전날보다 7,000원, 4.14% 오른 17만6,000원에 거래됐다. 하이닉스, 디아이. 신성이엔지, 주성엔지니어, 심텍 등 관련주가 대대분 강세다.
KTF가 여드레만에 반등하며 4% 이상 급등한 것을 비롯, SK텔레콤, LG텔레콤, 한국통신공사, 하나로통신 등 대형통신주가 상승세도 눈길을 끈다.
다음,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등 인터넷 관련주는 모조리 가격제한폭을 채우며 선도주 역할을 충실히 했다.
대우차판매와 쌍용차는 대우차 매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진념 부총리 발언에 화답하며 상한가에 올랐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