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자) 연기금 동원은 신중해야

지난주말 정부가 발표한 공공지출 확대를 골자로 한 경기부양책은 당면한 우리경제 현실에 비춰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대외경제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마저 급속히 위축될 경우 기업도산과 그로 인한 실업증가 등으로 소득감소는 물론이고 자칫 사회불안까지 번질 우려도 없지않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어 통화신용정책의 경기조절 기능이 거의 마비상태나 마찬가지인 지금의 시장 상황을 감안한다면 재정이외의 다른 대안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섣부른 경기부양으로 물가불안과 구조조정의 지연을 우려하는 견해도 없지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제지표들이 급속 하강하는 현실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번 경기대책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정부가 발표한 부양책의 근간은 이미 제시했던 정부예산의 조기집행이외에 공공기금이나 공기업들의 사업계획을 앞당겨 집행하고 연기금 등의 여유자금 운용범위를 넓혀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시설 확충 등에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경부에 따르면 지난 1∼5월중의 재정수지는 막대한 흑자를 보여 정부부문이 돈을 풀기보다 더 환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이번에 내놓은 대책 역시 예산조기집행 약속과 같이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한번 해본 소리'정도에 그치지 않을지 걱정이다. 정책의 실행 의지가 의심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해 경기부양을 도모하려는 방안을 내놓은데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지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그동안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통한 증시부양 시도는 수없이 많았었지만 성공적인 효과를 거둔 적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손실 증가로 기금의 부실화를 초래해 국민 부담만 가중시킨 사례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연기금들이 금융자산 뿐만아니라 부동산개발 사회간접시설 건설 등에까지 참여할수 있도록 자산운용의 범위를 넓혀주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가입자들의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연기금을 정부가 재정사업에 투자할 것을 강제하거나 유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내수 침체가 심상치않은 작금의 경제상황하에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바람직하지만 연기금을 동원한 편법보다는 추가경정예산의 편성이나 예산조기집행 또는 감세 등 재정 본연의 기능 강화를 통해 경기대응 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