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금융 혁명] 한경 e금융 페스티벌 : 인터넷 거래, 브레이크없는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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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해운대 바닷가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는 회사원 최모씨(30).
물놀이를 잠시 멈춘 뒤 노트북 PC를 열고 한빛은행 예금계좌에서 삼성증권의 주식계좌로 5백만원을 이체시켰다.
그런 뒤 홈트레이딩시스템에 접속해 A기업 주식 5백만원 어치를 매수주문 냈다.
주문이 체결된 것을 확인한 후 최씨는 다시 가족들과 물놀이를 즐겼다.
최 씨는 인터넷만으로 은행과 증권사 창구를 가지 않고도 두가지 금융거래를 손쉽게 해결한 셈.
이는 비단 최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e금융(전자금융)"시대가 국내에서도 성큼 다가선 것이다.
예금 대출 등 은행 거래뿐 아니라 주식투자 보험가입및 보상청구 등 거의 모든 금융거래는 컴퓨터 인터넷 등 전자금융을 이용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능해졌다.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받아 줄을 서지 않아도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다.
증권사 창구에서 주식을 사달라고 주문하는 일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얘기로 변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해졌을 때 은행창구 직원을 찾아가 머리를 쪼아릴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 접속해 키보드에서 몇자 뚝딱거리면 크지 않은 돈은 쉽게 빌릴 수 있다.
이처럼 e금융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히 파고 들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투신사 카드사 할부금융 신용금고 등 모든 금융회사들도 이같은 e금융 환경에 대처하느라 분주하다.
한국금융연구원 권재중 박사는 "e금융 환경에 얼마나 빨리 대처하느냐에 따라 21세기 금융시장에서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산업이 이처럼 e비즈니스화된 것은 단연 컴퓨터.인터넷 보급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방이나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통해 주식매매를 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과히 비약적이라고 할 만하다.
일명 사이버거래로 불리는 HTS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지난 지난 98년.
그해 1월 전체 주식거래의 1.8%에 불과했다.
4년이 흐른 지난 5월말 기준으로 그 비중은 67.4%(지난 5월말 현재)로 급증했다.
삼성 대신 LG증권 등 대형 증권사의 경우 홈트레이딩 비중이 전체거래량의 80%를 웃돌고 있다.
사이버주식거래가 이처럼 활성화되자 영업점 없이 사이버거래만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증권사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전도 사이버상으로 번지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점포 수을 확충하는 것은 옛말이 됐고 이제는 누가 고성능의 HTS를 개발하느냐가 증권사의 우위를 갈라놓는 세상이 되고 있다.
각 증권사들이 HTS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뭉치돈을 투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불어닥친 "e금융 바람"은 어느듯 은행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입출금 계좌이체뿐만 아니라 대출업무까지 거의 모든 은행업무를 창구에 가지 않고 안방이나 사무실에서 처리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국내 20개 은행에 인터넷뱅킹 시스템에 등록한 고객 수는 5백29만명에 달한다.
99년말 12만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 3월 47만명,9월 2백63만명,2000년말 2백63만명,올해 3월말 5백29만명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인터넷뱅킹과 같은 전자금융이 이처럼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편리성외에도 각종 수수료및 금리면에서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에서 동일 은행인데도 불구하고 타지역으로 송금을 하려면 금액에 따라 건당 4백원~6천원까지 수수료를 내야한다.
그러나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타행이체는 수수료를 물지만 그 금액은 할인된다.
대출도 인터넷을 통하면 저렴하다.
은행마다 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에게 0.5%가량의 금리를 깎아주고 있다.
사이버주식거래도 마찬가지.
HTS및 휴대용단말기등으로 매매주문을 낼 경우 창구(전화통화)주문시 내는 수수료의 10~50%만 물면 된다.
박구용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은 "금융회사는 창구 일손을 줄여 비용절감을 할수 있고 ,고객은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어 금융회사와 고객이 모두 윈윈(win-win)게임을 하는 셈"이라면서 전자금융은 더욱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