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大戰] 高부가化로 '鐵의 장벽' 넘는다 .. 공급과잉 등 '최악'

세계 철강산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업계는 물론 국가까지 나서 생존을 위한 "철강전쟁"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당장 미국은 자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통상법 201조 발동이라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빼들었다. 각국의 철강업계는 국경없는 합종연횡을 거듭,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수익성을 키우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영원칙도 세워놓고 있다. 물론 국내 철강업계도 뒤질세라 대응책을 속속 마련중이다. 해외업체와 제휴에 나서는 동시에 "최고의 제품=최고의 경쟁력"을 기치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신기술 및 신수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다. 세계 철강업계가 철강전쟁에 돌입한 가장 큰 배경은 수급 불균형이다. 철강 수요부족과 공급과잉은 가격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가격하락은 다시 수익악화 등 철강산업을 침체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의 철강 전문조사기관인 WSD가 예측한 올해 철강수요는 8억8천4백만t이지만 공급량은 10억2천2백만t. 지난해 한때 t당 3백35달러에 달했던 핫코일(모든 철강제품의 원재료)의 국제가격이 올해 5월 현재 t당 2백10달러로 곤두박질친 데는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WSD는 심지어 최근 상황을 "철강업계가 죽음의 나선형(Death Spiral Double Dip)을 타고 있다"거나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헤매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렇다고 향후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미국 일본 등의 경기침체와 IT(정보기술)산업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은 철강수요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포항제철 산하 포스코연구소의 박현성 연구위원은 "국내 철강업계의 주요 수출무대인 중국 동남아시장은 각국의 사정탓에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에 따른 철강수요 증가로 올해 7%의 수요증가를 예상했다. 동남아 국가들도 지난해에 비해 4~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자국내 신.증설 설비의 가동, 철강자급도 향상에 힘입어 이들 국가의 수입물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수출관문도 더욱 좁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철강수입을 제한하는 통상법 201조(세이프가드)의 발동이 임박해 있다. 침체일로에 있는 자국 철강산업을 살려야 하는 과제가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신일철 등 주요업체들이 감산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게다가 2003년부터는 전세계적으로 철강재 무관세화가 가시화될 예정이다. 어떤 국가의 어떤 생산업체가 만든 제품이건 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냉엄하게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세계 철강업계가 통합화로 몸집을 키우고 신기술 개발, 신수요 개발, 수익성 중시의 신경영 전략 등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은 이런 여러가지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일본의 신일철과 일신제강은 품종별 자산관리로, NKK와 가와사키제철, 스미토모금속 등은 지주회사제 도입으로 적극적인 수익관리에 나서고 있다. 신일철, NKK, 가와사키는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총자산경상이익률을 5%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내에선 포철 인천제철 현대하이스코 동국제강 동부제강 연합철강 등이 해외업체와 제휴하거나 기술개발 및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경쟁력 강화에 온힘을 쏟고 있다. 포철은 일본의 신일철과 상호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하이스코와 동국제강엔 가와사키제철이 지분참여하고 있다. 또 포철은 최첨단 고로개발과 상용화를, 현대하이스코는 초고강도 고장력 강판 등을 개발중이다. 국내 철강업체들에도 "전쟁에서 일단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 시급한 실정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