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반등 가능

"섣불리 저가매수를 논하지 마라." "서서히 바닥을 형성중이니 단기 매수에 나설 때다." 종합지수가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미국 증시 약세에도 불구하고 540선을 맴돌며 단단한 모습을 보이자 기술적 반등을 노린 저가매수세와 경계매물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반적인 투자 심리 위축으로 500선도 위태하다는 보수적인 시황관이 우세한 가운데 한켠에서는 단기 급락에 따른 반등 시점을 분주히 계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590선에서부터 별다른 반등시도 조차 없이 주요 지지선이 깨졌기 때문에 섣불리 저가매수에 나서기 보다는 바닥확인을 기다릴 때라는 시각이 많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 전망이 늦춰지고 있는 등 국내외 주변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서울증권 권혁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520선이 지지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외 여건이 워낙 안좋은 상황이어서 500선 아래를 경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그린스팬 의장의 금리 인하 가능성 발언도 기대감을 일으키기 보다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강화했다"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만큼 일부 실적호전주에 대한 접근 외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반면 증시가 대형주의 실적충격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만큼 기술적으로 반등할 때도 됐다며 저가 매수를 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수요일 미 증시 주요지수가 약세권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주들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고 하이닉스로 인해 다소 왜곡되긴 했으나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하던 거래량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점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목요일 미 증시가 반등에 나설 거란 예측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목요일에는 지난주 긍정적인 실적 추정을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컨퍼런스 보드의 6월 경기선행지수도 나온다. 3개월 연속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기업실적 악화와 경기둔화가 상당 부분 반영되면서 점진적으로 바닥권에 진입하고 있다"며 "지수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반등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540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종대표주에 대한 저가 매수 시점"이라고 말했다. 나 팀장은 "그린스팬의 발언이 수요일 증시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목요일 뒤늦게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며 "추가 급락을 우려한 매도보다는 종목별 매수 시기를 저울질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이 경우에도 목표수익률을 낮추고 기술적인 단기 매매에 국한 할 것을 당부했다. 수요일 뉴욕 증시는 전날 장종료 후 인텔이 가한 기업실적 전망 우려감이 가시지 않은 채 하락압력을 받았다. 예상대로 추가 금리인하 의지가 전해졌으나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하지 못한 채 낙폭 축소에 만족해야 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하원 출석 증언에서 "경제 약화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게 진행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으며 추가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장 종료 뒤 나온 IBM의 실적도 수익은 달성했지만 매출이 못미친 탓에 투자심리를 되돌려놓지는 못했다. 국내에서는 6개월 후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가 10개월만에 100을 넘어서며 소비심리가 살아있음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세계경제의 둔화 폭이 예상보다 커져 수출부진이 예상된다며 올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4.0%로 하향 조정했다. 19일 주가는 뉴욕 증시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으나 시가인 534를 저점 삼아 540선에서 꾸준히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35분 현재 전날보다 1.30포인트, 0.24% 내렸고 주가지수선물 9월물은 66.75로 0.25포인트, 0.38% 올랐다.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대규모 자사주 매입설이 나돈 삼성전자와 저가매수를 받은 SK텔레콤이 각각 2%∼3% 대 강세를 유지하며 추가 하락을 저지했다. 지수선물 9월물이 강세 전환, 시장베이시스가 플러스로 돌아섬에 따라 프로그램 매수가 860억원 유입되며 대형주 강세를 뒷받침했다. 프로그램 매도는 258억원 출회됐다. 하지만 하락종목이 650개에 달하는 등 전반적인 투자 심리 위축 속에 관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지수 변동폭은 제한적이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1억6,551만주와 6,443억원으로 전날 수준을 유지했다. 기관이 프로그램 매수를 받은 투신권의 대규모 매수에 힘입어 404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238억원과 171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