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와의 대화] 최석포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반도체 경기는 내년 초에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회복은 내년 중반 이후,서서히 이뤄질 것이다" 국내 펀드매니저들로부터 반도체 부문 최고 애널리스트로 평가받는 메리츠 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주의 매입은 당분간 유보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구소(삼성경제연구소) 반도체회사(삼성전자)를 거친 이력답게 이론과 현실,과거 업계 동향을 곁들인 그의 주장에는 거침이 없다. 그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반도체 산업에 관한 특별 보고서는 이르면 다음주 투자자들의 손에 쥐어지게 된다. -반도체 경기회복 시기에 대한 생각이 다수론(4·4분기 회복 가시화)과 거리가 있다. "최근의 반도체 불황은 세가지 측면에서 과거와 다르다. 우선 공급과잉이 아니라 수요부족에 의해 초래됐다. 그것도 세계 경기가 침체 일로에 있는 상황에서다. 다음으로 D램만의 불황이 아닌 '전면불황'이란 특징이다. 통신단말기나 네트워크 장비에 필요한 S램과 플래시메모리 값이 연초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PC 핸드폰 네트워킹 세 부문이 반도체 시장의 72%나 차지한다는 사실에 유의하자.끝으로 소비행태학적인 면에서 소비자들은 PC일변도에서 다양한 디지털 제품으로 구매를 분산시키고 있다. 올 상반기 인텔의 펜티엄4 가격 인하와 PC업체들의 대대적인 신규제품 출시가 있었지만 PC수요는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 -반도체 경기가 연말에 전혀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가. "가능하지만 제한적이다. 6월 이후 반도체 업체들이 재고증가에 따른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현재 7∼8주 물량을 재고로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2∼3개월이 지나면 재고수준은 2.5개월분을 넘어설 것이다. 이 때가 되면 일부 업체는 현금흐름이 극도로 악화됐음을 느낄 것이다. 윈도XP 등을 계기로 PC수요가 다소 회복되더라도 이들 업체는 현금확보를 위한 재고처분에 나설 것이므로 D램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저가 덤핑도 나타날 수 있다" -'반도체가격의 제조원가 하회→감산논의→덤핑가능성'의 단계까지 간다면 4·4분기가 반도체 경기의 바닥이 아닌가. 주식을 사야 할 때가 아닌가. "문제는 일부 한계기업들이 연말을 그럭저럭 넘긴다고 해도 비수기인 내년 1월부터 다시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감산에 동조하지 않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위 업체들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일시에 감산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못 견디는 업체부터 산발적으로 시행하는 감산은 D램 가격을 끌어올릴 수 없다. 오히려 감산하지 않는 업체들의 '버티기 기간'만 늘려줄 뿐이다. 표현이 과하지만 '죽음의 게임'이 벌어질 시기는 내년 1·4분기다" -삼성전자의 주가를 어떻게 보나. "현재는 반도체 사이클상 최악의 국면으로 돌입하기 직전의 상황이다. 주가가 경기에 선행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투자전략은 두 가지다. 사이클 상 하강 국면(현재 국면)에서 철저히 저점 매수로 매집해 두는 방법과 반도체 경기가 상승 쪽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방법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시기가 다소 지연될 것이므로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후자의 전략,즉 '회복 사인이 나올 때 공격적인 매수'를 위해 당분간 중립적인 자세를 권하고 싶다" -올 하반기 삼성전자에 특별한 반등 모멘텀이 없다면 종합주가지도 상승탄력을 받기 힘들지 않을까. "국내 증시가 반도체에 대해 과도하게 의존할 필요는 없다. 전자부문에서도 통신이나 디지털 가전 등 관심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