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의 중력,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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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수와 코스피선물이 석달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미국 나스닥지수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 전망 악화 등에 휘둘린 데다 프로그램 매물까지 가세되며 하락압력이 커졌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전매도에 이어 신규매도를 확대했고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에서 백워데이션을 전환, 프로그램 매물이 증가한 것도 반등력을 약화시켰다.
마치 고무줄에 오래 매달아 놓은 추처럼 아래로 떨어지며 반등력이 취약해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저점반등론이 얘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등락 횡보 또는 단계적 하향론에 무게가 실려 매수보다는 매도, 중장기보다는 단기 매매에 국한하라는 권고가 더 많다.
2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8.03포인트, 1.47% 떨어진 537.71로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4월 17일 513.97 이래 석달중 최저치로 마쳤다. 주중 11포인트 떨어졌고, 주간 저점은 19일의 534.13, 고점은 지난 16일의 554.93이었다.
코스피선물 9월물은 전날보다 1.00포인트, 1.49% 떨어진 66.30으로 마감, 지난 4월 17일 63.85 이래 석달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중 1.60포인트 하락했다. 주간 저점은 이날 기록한 65.80, 고점은 16일 68.55였다.
현선물간 차이인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0 근처에서 오갔다가 마이너스 0.01을 기록, 이틀째 백워데이션으로 마쳤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라는 점도 가세, 하락종목이 530개에 달하며 상승종목의 두배 가량되며 체감지수도 좋지 않았다.
◆ 추가하락론이냐 저점반등론이냐 = 시장에서는 경기회복 지연과 기업실적 악화 등 국내외 모멘텀 부재에 따라 약세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도 한켠에서는 지수하락에 따른 바닥접근론이 고개를 들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8일 시장의 우려를 인정, 경기회복 시점을 연말께로 늦춰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불확실성을 더해줬다. 세계 주요기업들의 실적이 하반기에 더 줄어들 것이라는 펀더멘털의 제약조건이 무게를 더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특히 재고조정이 대략 마무리되고 실적이 그나마 유지되는 전통부문의 주가가 첨단기술주들이 자체 실적 악화에 멈추지 않고 아래로 끌고 내려와 하향평준화가 이뤄지는 양상이어서 당분간 주가에 모멘텀을 기대하기에는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이날도 외국인 선물 대량 매도로 모처럼 매도기회를 얻자 프로그램 매물이 1,500억원 가까이 출회됐으나 저가매수세가 이를 받아내며 지수낙폭이 적었다는 점에서 지지력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나 SK텔레콤에 대한 낙폭과대 인식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외국인이 거래소에서 순매수를 보이고 있는 것도 하방경직론 또는 저가매수론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물가가 안정세가 유지되고 가운데 선행지수가 석달째 상승세를 보였다. 여섯 차례의 금리인하와 유가안정을 바탕으로 주택부문과 소비부문은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
그린스팬 의장이 '잘 모르겠다'고 했으나 8월중 금리인하를 다시 시사한 상황에서 7월 주요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다음주를 지나면서 마무리되면 팔 세력이 커질 것이냐는 예측 반론이 저점론의 모태이자 이른바 '삼중바닥론'의 논거가 되고 있다.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미국 경기회복 시점이 연말로 밀린 가운데 첨단기술부문의 실적 악화가 증시를 무겁게 내리고 있다"면서 "당분간 약세가 불가피하나 선행지수 등 경제지표에 개선조짐이 있어 추가하락보다는 반등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종합지수나 선물지수가 지난 4월 중순 이래 갭상승 부분을 이미 다 내주며 석달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종합지수는 540선이 붕괴됐고 코스피선물 9월물은 66선이 지지됐지만 장중 붕괴되는 취약성을 보였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어서 포지션 정리 등에 주력하는 모습이었지만, 거래소 거래량은 2억주대, 거래대금은 1조1,000억원에 불과하고, 외국인 대량 신규매도에도 불구하고 선물 미결제약정에 이렇다할 변화는 없었다.
외국인이 거래소에서 순매수를 보이곤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고 종목교체 성격도 있어 추세전환을 판단하기는 이르고 선물시장에서는 신규매도를 대량으로 늘려 누적 순매도포지션 둔화세가 다시 약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6월 중순 이래 외국인의 매도쪽 수급불균형은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현물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선물시장의 영향력이 최근 커지면서 프로그램 매매영향력이 증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까지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를 유지했으나 백워데이션을 보여주며 매도세력에 출회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 매도는 차익에서 655억원, 비차익에서 798억원이 쏟아져 모두 1,453억원에 달해 최근래 가장 많았다. 기관이 여전히 확신이 없어 매물 출회 가능성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물시장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 500선 붕괴론과 삼중바닥론이 엇갈리는 양상"이라면서도 "그러나 지난 4월의 갭상승이 다 메워져 540에 안착하더라도 하락압력이 커 위로 탄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텔레콤에 외국인의 낙폭과대 저가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으나 선물시장의 누적 순매도포지션은 거두지 않고 있다"며 "저가매수세에도 불구하고 경기모멘텀 등이 없고 수급여건이나 기술적 지표상 다음주에도 상승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을 전환하면서 프로그램 매도가 증가하고 있어 반등하더라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특히 선물은 개장초 갭하락 등이 이어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매도우위 시각에서 단기 매매하되 당일 청산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