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프랑스 GMO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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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와 독일 합작 화학그룹 아벤티스가 농화학분야 계열사 크롭사이언스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핵심사업인 의학·제약산업에 주력하겠다는게 아벤티스측의 얘기다.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환경주의자들의 표적이 되는 유전자 변형 연구개발(R&D)사업을 포기하는게 그룹이미지에도 낫고 속 편하다는 계산도 들어 있다.
아벤티스가 크롭사이언스 포기를 발표하던 날, 유엔의 한 보고서는 유전자변형식품(GMO) 없이는 세계 기근을 퇴치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세계 최빈층의 절반이상이 생태학적 한계지역에 살고 있다며 선진국들은 GMO에 대한 우려를 제쳐놓고라도 개도국들의 생물공학 잠재력 개발을 지원하라고 촉구했다.그리고 며칠후 프랑스 생명공학협회(AFB)는 자국의 생명공학산업이 매우 뒤처져있다는 경고와 함께 정부의 특별 재정지원을 요청했다.
지난해 프랑스 생명공학산업계의 매출액은 15억유로로 영국의 10%, 독일의 25%수준이다.세계적 미생물학자 파스퇴르를 탄생시킨 과학국가란 긍지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다음 날 프랑스 주요언론은 자국 생명공학의 낙후성을 보도했다.정부는 즉시 조세감면 혜택을 약속했다. 과학자들 사이에선 프랑스 생명공학이 뒤처진 이유가 정부 지원부족뿐 아니라 유전자 변형을 범죄시하는 여론 때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폭력을 내세운 지나친 GMO 반대운동이 관련기업과 과학자들을 위협하는 바람에 생명공학연구 환경이 조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광우병과 다이옥신 사태에 이어 유전자 변형식품의 등장을 계기로 식품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GMO 반대는 생명공학산업 발전을 위축시킨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보다 나은 연구 환경을 찾아 영국 및 미국으로 떠나는 젊은 생명공학자가 늘어나며 두뇌 유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와 관련, 프랑스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은 "퀴리 부인이 지금과 같은 환경에 있었다면 방사성 발견이란 위대한 업적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 꼬집으며 GMO 유해성에 대한 감시는 필요하지만 과학적 연구개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