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宇비리' 중형선고] 부실엔 전문경영인도 '철퇴' .. 의미.파장

대우그룹 경영비리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24일 내린 선고 결과는 "전문 경영인의 책임 한도"를 제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사법부는 종래 전문 경영인에게는 우리나라의 경영 현실을 고려, 가벼운 처벌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설사 고용 경영인이라 하더라도 일반투자자 보호와 같은 사회적 책임마저 회피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또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도 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로 근절 의지를 천명했다. 재판부는 "분식회계는 관행"이라는 피고인측 주장을 거부하고 "부실대출로 이어지는 사기 행위"라는 검찰 판단을 받아들였다. 즉 분식회계는 단순하게 재무제표를 "치장"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범죄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 재판의 쟁점 =이번 재판의 논점은 '재산 국외도피'와 '분식회계로 인한 대출사기'에 모아졌다. 우선 '재산국외도피(43억달러)' 혐의와 관련해 (주)대우 경영진이 항변한 주 내용은 대우그룹의 비밀금융 조직으로 알려진 'BFC(British Finance Center)'의 성격이다. 구체적 범죄내용인 △페이퍼컴퍼니에서 물품을 수입해 중개무역하는 것처럼 꾸며 수입대금 선급금조로 내보낸 25억달러(3조4천여억원)와 △해외 자동차 판매대금을 수금한뒤 국내로 송금하지 않은 18억달러(2조3천여억원)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BFC는 비자금이나 장부외자금을 위해 존재하는 비공식적인 계좌가 아니라 (주)대우의 공식 창구라는 해명이다. 따라서 국내로 송금해야할 대금이 BFC로 전달된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차입금을 변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만큼 '재산국외도피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FC'의 성격에 대한 판단은 접어둔 채 범죄 구성요건을 객관적으로 따졌다. 즉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회사의 회계에도 잡히지 않은 자금이 해외에 존재하는 BFC에 전달된 자체만으로도 혐의가 입증되며 유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분식회계에 의한 대출사기(10조원)'에 대해서도 대우측의 죄를 물었다. 실제 모 금융기관이 대우 자동차에 거액의 자금을 대출했다 회수하지 못한 사건과 관련, 피고측은 자동차 소유의 부동산과 수출보험공사의 보증을 담보로 맡긴 만큼 무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금융기관이 자동차의 자본잠식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대출을 안해 줬을 것이라며 이는 '분식회계에 의한 대출사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 천문학적 규모의 추징금 =재판부는 이날 실무를 맡은 임직원 등에게 사상 최대 액수인 26조4천1백80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검찰이 기소한 43억달러 상당의 '국외재산도피'금액과 대우 해외 현지법인들이 당국의 허가없이 해외에서 차입해 BFC로 보낸 1백59억달러 등의 '무허가 자금차입(20조7천여억원)'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이중 20조7천여억원부분은 외국환관리법 위반죄가, 나머지 금액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죄가 각각 적용됐다. 이와 관련, 법조계 일각에선 추징금의 회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등 대우사태로 손해를 본 금융기관들이 대우그룹 계열사의 전직 임원들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물어 재산가압류 등을 해놓고 있는 상태라 더 이상 회수할 재산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재판부 관계자는 "추징금 회수는 검찰의 몫"이라며 "기소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 이상 추징금 선고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