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부양한다고 뜬다면야..강만수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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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떤 정부연구소의 고위 이코노미스트가 "지금처럼 대외 여건이 어려워 경기가 침체될 때는 콜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데 대해,모 대학의 유명한 이코노미스트가 "지금 시급한 것은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일 뿐 어설픈 단기정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4.75%로 내리고,정부는 증권시장에 연·기금을 투입하고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등 갖가지 정책을 동원해도 경기가 뜨지 않자 본격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투자와 수출 활성화 대책을 8월말까지 마련한다고 한다.
지난 주말 정부의 어떤 고위관리는 "3분기까지는 3%대의 성장을 할 것이나 정부가 추진 중인 경기조절정책의 효과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4분기에는 경기가 회복돼 5% 수준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어떤 민간연구소는 "하반기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등 주력기업의 경영실적이 악화되자 올해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30% 가량 축소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1999년 말에는 'IMF 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했고,지난 해 말에는 '올해 6월말까지 구조조정이 일단 마무리되면 하반기에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하더니,이제는 '올 4분기에 가면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니 믿어야 할지 안 믿어야 할지….
우리 경제는 박정희 대통령 후반기 이래 대통령의 임기를 주기로 하여 경기가 순환돼 왔다.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조성된 밝은 투자분위기는 경기의 상승분위기를 주도했고,기업의욕을 크게 위축시키는 과격한 정책이 나오거나 레임덕을 막으려는 사정한파는 투자분위기를 급속도로 냉각시켜 경기는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
1995년 이후 GDP 성장률은 95년 8.9%를 정점으로 96년 6.8%,97년 5.0%,'환란'이후 3년간 평균 4.3%(98년 -6.7%,99년 10.9%,2000년 8.8%)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왔고,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3%대가 되고 내년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경상수지도 98년 4백3억달러,99년 2백44억달러,지난해 1백10억달러로 급격히 악화돼 왔다.
올해 들어 수출은 지난 3월 99년 4월 이후 23개월만에 감소로 돌아선 후 6월에는 13.4%나 감소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원자재수입의 감소와 함께 자본재수입이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25% 전후로 크게 감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는 경기순환뿐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다.
원자재수입이 줄어드는데 무엇으로 생산을 해서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지며,자본재수입이 감소하는데 무엇으로 투자를 해서 내년의 경제가 좋아질 수 있을까?
'환란' 직전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등 일부품목의 호황에 의해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착시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세계경제가 모두 어려운데 구조조정을 한다고 경제가 쉽게 살아나기도 어려울 뿐더러,부양책을 쓴다고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되리라는 것은 '희망'같아 보인다.
경영을 잘해 기업이 성장하면 30대그룹으로 묶어 갖가지를 규제한다.
외국기업은 마음대로 투자하는데 외국기업에 비하면 구멍가게 같은 우리기업은 순자산의 25%로 출자한도를 묶어버리니 어떻게 기업의 역동성이 살아날 수가 있겠는가.
'출중한' 이코노미스트들이 말한 대로 지금 우리 경제가 띄운다고 뜬다면야 오죽이나 좋고,구조조정 한다고 잃었던 경쟁력을 회복한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정부가 이러한 사정을 모를 리 없는데 알고 있으면서 '부양하면 뜬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면 병을 더 깊게 할 터이니 더 큰 걱정이다.
올해 들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도 투자는 죽어가고 주가는 맥없이 주저앉고 있다.
증권에 투자한 사람들은 주가가 떨어져 재산은 반토막이 됐고,구조조정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지금쯤 퇴직금도 바닥이 났을 터이니 소비인들 어떻게 살아난단 말인가.
풀린 돈으로 전세와 아파트 값은 치솟아 집 없는 서민의 한숨이 높아만 가는 현실을 보면서 나의 '전망'은 제발 틀리고,정부의 '희망'은 모두 맞아 떨어지기를 빌 뿐이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