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 벤처' 국내외시장 공략

"단무지 벤처를 아십니까" 제주도 북제주군 구좌읍에 가면 (주)한성이라는 식품회사가 있다. 1998년 봄에 설립된 납입자본금 2억원의 이 식품회사는 신기술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의 단무지제조방법은 특허로 등록돼 있다. 이 식품회사가 취급하는 단무지는 일반 단무지(염장 단무지)가 아니다. 해풍건조 단무지라는 고급(프리미엄) 단무지다. 단무지 원조인 일본의 여러 단무지 종류중 최고급품으로 평가받아왔다. (주)한성의 김남국(40) 대표는 '해풍건조 단무지는 한국에선 제주도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겨울 해풍이 있어야 하고 바닷물이 필요해 해풍건조용 특수단무지 재배가 가능한 곳은 제주도 땅뿐이라고. 제주도는 김 대표의 고향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에 건너가 유통학을 전공했다. 귀국 후 샐러리맨 생활을 잠깐 하다 사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제주도에서 고급 일식집을 경영한 것을 계기로 단무지 사업을 개시한 것이다. 일반 단무지가 아닌 고급(해풍건조) 단무지는 영양과 섬유질 및 맛이 우수하며 시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도로 문을 닫은 일반 단무지 공장을 매입해 프리미엄 단무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리모델링하고 10만평 규모의 무 재배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 98년과 99년에는 하늘이 (주)한성을 울렸다. 제주도의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이상 폭설로 해풍건조 과정을 제대로 마칠 수 없었다. 일기(日氣) 통계 분석상 앞으로 이런 사태가 일어날 확률은 아주 미미하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2년간에 걸친 실패로 재무상태가 악화됐지만 (주)한성의 20명 임직원은 지난해 가을 해풍건조 단무지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시판했고 무역회사를 통해 수출 성과도 올렸다. 호텔 백화점 할인점 일식집 기내식 등이 (주)한성의 주요 마케팅 목표다. 김 대표는 "일본 시장용으로 김치맛 단무지를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해풍건조 단무지로는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무조건 냉대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전략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주)한성은 정부에서 지난 5월 개발지원금도 약간 받았다. 현재 민간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과 구미 시장에는 해풍건조 단무지를,일본엔 '김치맛 단무지'를 상륙시켜보자는 단무지 벤처의 비전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064)784-3611 양홍모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