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석달작업 마침표 찍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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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1시 서울 은행연합회관 2층 회의실.
국민 주택 합병은행장이 최종 발표되는 자리였다.
그동안 말도 많았고 막판까지 김상훈 김정태 두 행장의 백중지세가 이어져 금융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됐던 사안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김병주 국민 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장은 "주주와 고객 임직원,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은행장 선정을 위해 고심했다"는 배경설명과 함께 김정태 행장의 선임 사실을 발표했다.
잠시 후 등장한 김정태 행장은 자못 상기된 표정으로 "합병은행이 한국 금융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지난 4월23일 두 은행이 합병 본계약을 맺은 이후 석달 가량 끌어오던 합병은행장 선정 작업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합병은행의 앞날이 밝을 것이라고는 그 자리에 모인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조직 융화 등 합병은행장이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고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질문도 이 부분에 집중된 것도 그래서다.
행장을 뺏긴(?) 국민은행측은 벌써부터 술렁거리는 분위기다.
"자산규모나 시장지배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에서 합병은행장이 선임된 것은 난센스"라며 "외부세력의 개입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두 은행의 합병과정을 지켜봐왔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갈등의 재연이 아니다.
아직도 국민들은 세계 60위권의 은행이 국내에도 탄생한다는 의미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꼭 필요할 때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 조직이 외형적으로 합쳐 자산규모를 늘린다고 해서 합병은행이 해외 선진 금융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합병은행장의 어깨는 이처럼 무겁다.
합병은행이 국민들이 원하는 리딩뱅크로 발돋움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은 무엇보다도 결과에 모두 '승복'하고 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통합작업의 성공은 합병은행장이 아니라 두 은행 직원들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김준현 금융부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