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교포은행 신설 정부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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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왜곡과 어업마찰 문제에 묻혀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지금 도쿄에선 일본정부를 상대로 또하나의 줄다리기가 진행중이다.'빅딜'이라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이 줄다리기는 판정이 날 시점에 와 있다.
바로 재일교포들이 주축이 된 한국계 은행설립이다.
재일교포들이 주인이라지만 신설은행은 일본 금융기관이다.
일본정부의 인가를 받아 일본 땅에서 장사를 하고 일본정부의 감독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설은행이 관심 대상이 돼야 하는 이유는 설립 배경과 과정에 얽힌 한국과의 인연 때문이다.
재일교포 신용조합들의 사업을 넘겨 받을 신설은행은 막대한 짐을 떠안고 시작한다.
신용조합들이 갖고 있던 1조3천억엔대의 부실채권이다.
설립자본금은 3백억엔대에 불과한데 사정이 이러니 제대로 굴러갈리 만무다.
그래서 일본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아내 부실채권 처리에 충당하게 돼있다.
공적자금은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일본 금융기관인 신설은행에 들어오는 돈이지만 한국인인 재일교포들에게 넘어오는 셈이니 한국측 입장에선 기분 나쁠 이유가 없다.
한.일간 거래에서 1백억달러가 넘는 거금이 한국쪽으로 넘어온 적이 언제 있었냐는 최상룡 주일대사의 말에서도 드러났듯 이 자금은 단연 한국의 '득'이다.
그러나 은행 설립작업은 숱한 고비를 겪었다.
자금지원이 내년 3월로 끝나기 때문에 시한에 쫓겼고 교포사회의 주도권 다툼, 한국정부의 관심부족등은 당사자들의 속만 태웠다.
도쿄에선 "누가 서울 어디에 선을 대고 있고, 누가 다칠 것"이라는등 유언비어가 끊이지 않았다.
변수가 사라진건 아니지만 주일대사관은 8월5일까지 인가를 신청하고 10월3일 영업을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정부와 교포사회는 진짜 역량을 보여줘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신설은행 마무리작업과 경영진 인선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본사회에 더 퍼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그리고 설립과정에서 땀흘린 공무원들이 포상은커녕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부실은 일본정부가 처리한다지만 신설은행이 일류로 자라도록 돕는 것은 1백억엔을 출자할 한국정부의 의무이자 권리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