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따라잡기'] GMO의 두 얼굴

유럽연합(EU)이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안전성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25일 EU집행위는 GMO제품에 대해 단순히 표시를 하는 단계를 넘어 생산에서 유통까지 추적이 가능하도록 관련 정보의 포함을 의무화한다는 규정에 합의한 것이다. 고의적이 아니고 GMO성분이 포함된 제품으로서 해당성분이 1% 미만이면 규제대상이 아니지만 측정기술 측면에서 엄격한 기준인 만큼 미국 등 수출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EU의 GMO 수입허가 및 표시제도에 불만을 제기해온 미국이 즉각 비난하고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근본적인 쟁점일까. 미국은 생명공학기술로 만든 농산물과 전통적으로 재배한 농산물이 동종상품이므로 이를 차별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GATT 3조4항)고 본다. 또 '위생 및 식품안전조치는 과학적 원리에 근거해야 하고 과학적 증거없이 유지돼선 안되며'(위생 및 검역조치협정),'무역에 불필요한 기술규정을 채택ㆍ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무역관련기술장벽협정)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과학적 근거'가 없는 EU의 규제는 'WTO(세계무역기구)규정 위배'라는 게 미국 입장이다. 반면 EU는 인체 및 환경에 대한 GMO의 안전성을 증명할 수 없다면서 '잠재적' 유해 위험성이 있다면 이를 제한할 '예방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회의에서 채택된 '생명공학안전성 의정서'는 EU 입장의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결국 미국과 EU의 입장 차이는 국제규범상으로는 WTO와 생명공학안전성 의정서간의 충돌이고 내면적으로는 수출국 이해와 수입국 이해간의 충돌이다. 여기에 GMO 생산면적이 세계 4위인 중국이 WTO에 가입하는 것도 큰 변수다. 이래저래 GMO는 국제무역 분쟁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시장확대라는 '창'과 안전성이라는 '방패'의 싸움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WTO가 인정하는 과학적 원리의 안전조치든,생명공학안전성 의정서가 말하는 예방의 원칙이든 간에 실효성이 있으려면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력의 뒷받침 없는 안전관리나 검증방법이 제대로 된 것일 리 없고 대외적으로 설득력이 있을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수입국 입장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지만 상대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수출국의 입장이 돼도 마찬가지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