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뱅크' 시대] (2) '금융계 판도변화'..시중銀들 생존전략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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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서 대항하느냐, 홀로서기 변신을 꾀하느냐'
국민+주택 슈퍼뱅크의 출현은 다른 시중은행들에 두가지 생존전략중 하나를 강요하고 있다.
현재 합병은행에 필적할 만한 국내 금융회사는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한 1백조원대 자산규모의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유일하다.
조흥 신한 하나 외환은행 등이 자산 50조원대이상으로 2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한미 제일 서울은행 등은 자산 20조~30조원대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합병은행은 소매금융, 한빛은행은 기업금융쪽에 중점을 두면 그 사이에 2,3위그룹의 치열한 영역다툼이 벌어지게 돼 있는 구도다.
이런 형세가 예상되면서 각 은행들은 대응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덕훈 한빛은행장은 "합병은행이 소매금융쪽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고 제자리를 잡는 1~2년후에는 한빛은행과 기업금융분야에서 전면적인 경쟁에 나설 것"이라며 대응책을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2,3위그룹의 입장은 이보다 더 다급하다.
조흥 하나 신한은행은 각각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발전을 꾀하며 난국을 헤쳐 나가려는 움직임이다.
신한은행은 올 9월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앞두고 있다.
조흥과 하나은행도 가계와 기업고객을 아우르는 금융종합서비스회사로의 발돋움을 모색하고 있다.
홍석주 조흥은행 상무는 "합병은행의 위력은 통합작업이 끝나는 내년 하반기쯤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그때까지 2,3위그룹 은행간의 합종연횡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종석 하나은행 상무는 "합병은행이 몰고올 변화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며 "신용카드및 소매금융분야에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타격을 받는 곳은 3위그룹 은행과 국내 부유층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이 될 공산이 크다.
소매금융에 치중하는 제일과 서울은행은 합병은행이라는 강자를 만나 향후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영화대상인 이들 은행은 향후 덩치키우기를 원하는 다른 은행의 타깃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않다.
씨티 HSBC 등 외국계 은행들도 그동안 거액자산가 대상 영업을 통해 누려온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김정태 합병은행장후보는 "외국계 은행이 국내 소매금융시장을 많이 잠식했다"며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병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규모를 키워 합병은행에 정면으로 맞대응하거나 틈새시장을 찾아 특화하는 방안이 다른 은행들의 대안"이며 "소매 및 기업금융분야의 선도은행과 몇 개의 전문은행이 국내시장을 나눠 갖는 시장의 힘에 의한 진정한 금융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