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부활할까] (下) '불황 언제 끝나나'

'연중 최고(1만4천5백29.41엔, 5월7일)에서 최저(1만1천5백29.27엔, 7월30일)로' 고이즈미 정권에 대한 도쿄증시의 기대와 반응은 극단적이다. 고이즈미 내각 발족후 열흘만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닛케이 평균주가는 자민당 정권의 참의원 선거 대승이 확정된 7월30일 85년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도쿄증시의 주가 폭락은 고이즈미 내각의 지지도가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고이즈미 총리의 본격적인 개혁이 몰고 올 태풍에 대한 두려움이 꺼풀을 벗은 것이다. 개혁에 대한 환상은 깨지고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은행에 맡긴 예금이 날아갈지 모른다는 공포를 일본인들이 깨닫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일본경제를 중병에서 끌어내겠다는 고이즈미 개혁의 본질은 '불황'이다. 정부의 군살을 빼고 지출을 줄임으로써 디플레 국면의 일본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더 밀어넣을 수 있는 '고통의 쓴 약'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 국민들의 우려를 의식한 듯 30일 기자회견에서 경기를 의식한 발언을 많이 했다. 경기동향을 살펴 가면서 탄력적인 정책카드를 동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개혁시간표를 이달중 제시하고 고용.교육부문에서는 추가경정예산도 고려하겠다고 다짐했다. 재정 건전화가 시급하다며 긴축정책만을 고집했던 과거에 비해 정책 컬러가 현실쪽으로 한걸음 기울었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그의 사고 전환은 일본경제의 추락에 별다른 제동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일본정부는 같은 날 내년도 공공사업비를 올해(9조4천억엔)보다 10%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죽을 쑤는 민간소비 대신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정부지출에 메스가 가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재무성은 고이즈미 총리의 공약중 하나인 '국채발행 30조엔 억제'를 실현하자면 내년중 3조3천억엔의 세출삭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고이즈미 정권의 공공부문 개혁은 불요불급한 사업의 폐지.중단과 조직 통.폐합이 골자다. 따라서 우편사업 민영화와 특수법인의 통.폐합이 본격화되는 내년 이후 공무원들은 수십만명이 거리로 내몰리게 돼있다. 정부지출 삭감과 군살 빼기도 대형 악재지만 지표로 본 일본경제의 현주소는 불황의 한복판이다. 수출 고용 소비 생산등 모두가 적신호 일색이다. IT(정보기술) 불황과 중국의 추격에 쫓긴 수출은 올 상반기 무역흑자가 3조2천억엔으로 작년 동기보다 44%나 급감했다. 4.9%로 사상 최고수준에 오른 실업률은 종신고용의 모범회사로 일본인들이 자랑해온 마쓰시타전기마저 희망퇴직제를 도입하게 할 만큼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다. 사람을 자르지 않고도 얼마든지 경영혁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던 이 회사는 5천명을 솎아낼 예정이다. 실업자수는 5월말 현재 3백48만명이지만 정부와 민간의 구조개혁 템포가 빨라지면 5백만명대를 넘볼 수 있다. 민간소비는 지난 6월에도 작년 같은 달보다 3.3%가 줄어들어 경제의 핏줄이 아직도 곳곳에서 엉켜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이즈미 정권은 불량채권 처리를 통한 금융시스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스템이 정상 기능을 되찾는다 하더라도 일본이 불황 터널을 벗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게 이코노미스트들의 진단이다.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상은 구체적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일본경제가 수술대를 내려오는 시점을 수년 후로 잡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