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건설정책을 위하여 .. 김진애 <건축가.(주)서울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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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건설분야 사람들은 죄인 같은 심정일 것이다.
'천재(天災)니까'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수재민들의 물리적 정신적 경제적 피해가 크며,나라 경제 손실 또한 엄청나니 말이다.
같은 일이 반복되니 정부의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
하수도 준설을 제대로 했더라면,배수 펌프장이 더 많이 세워지고 잘 운영됐더라면,노후 가로등 교체에 예산이 진작 투입됐더라면,상습 침수지역에 맞는 건축정책이 있었더라면,산을 깎아먹는 개발을 자제했더라면 하는 등의 '했더라면'하는 것 투성이다.
문제는 '했더라면'하는 정책들이 과연 앞으로 시행될까 하는 의문이다.
혹시 이 시점이 지나면 또 잊혀지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건교부 정책에 지나친 정치논리 경기논리가 작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건교부는 '우직하다' 때로는 '우둔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해야 할 정책'을 묵묵히 밀고 나가야 한다.
정치권에서 아무리 보채고 부추기고 압력을 넣더라도,'건교부의 정책은 결코 냄비 끓듯 해선 안된다'는 점을 인식시킬 만한 배포를 가졌으면 좋겠다.
사실 그동안의 건교부 정책은 건교부 자체 의지보다는,정치권 의지 또는 단기적 경기상황에 따라 좌지우지 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년대 말 전세대란으로 흉흉할 때 급조된 신도시 정책이 그러했다.
그 때 생긴 '신도시 알레르기' 탓에 신도시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준농림지역을 임기응변으로 풀어서 난개발을 초래했다.
더 높게 더 많이 짓게 하려는 용적률 상향 조정,인동간격 완화,공지 규정 완화로 인해 일조권과 환경권은 악화 일로다.
그러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제 다시 '규제 강화' 운운하니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주상복합 개발만이 건설업의 활로'라며 주상 비율을 9 대 1로 완화해 준 1998년 건교부 조치로 실제 이득을 본 사업은 소수다.
하지만 이 때문에 모든 상업지역들이 들끓었고,30∼40층 개발에 주변 민원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서울시가 다시 주상 비율과 용적률을 연동시켜 개발을 조정한다고 하자 또 반발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형주택 의무비율 부활'도 그렇다.
외환위기 직후 건설경기 촉진을 위해 3년 전 없앤 것이나,그것을 지금 다시 부활하겠다고 하는 것이나 모두 경기논리 정치논리 때문인데, 과연 '경기 활성화'라는 것이 건교부의 정책 논리가 돼야 하나?
'건교부의 정책 효과는 둔하다'는 것을 인식케 하고 보다 신중해졌으면 좋겠다.
순작용은 잘 드러나지 않고 역작용은 무섭다.
그 당장은 별 효과를 내지 못하지만 문제가 생길 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소형주택 의무비율 삭제는 2∼3년 후에 주택가격·전세 문제를 유발시킬 것으로 예견됐던 일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지금 이를 다시 부활시킨다면,그나마 민간시장의 조정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어떤 역작용을 하겠는가?
이제부터 짓는다 해도 최소한 3년은 걸리고,그 때가 되면 또 다른 경제상황이 작용될 터이다.
더구나 작금의 전세 대란은 저금리시대 저투자시대에 갈데 없는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기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런가하면 판교개발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미적미적 시간만 보내며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정치권의 정치 공방에 손놓고 있는 듯 보이니 답답하다.
이런 사안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건교부는 부디 우직스러워지자.
건교부는 태생적으로 정치의 시녀,경제도구 이상을 넘어서기에는 무척 약하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계다.
그러나 지킬 것은 지키는 소신마저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과 같은 정치화 시대,불확실한 경제시대를 맞아 건교부는 우직해질 수도 있다.
오히려 기술적으로 챙겨야 할 정책들,기반시설을 튼튼하게 하는 투자계획,환경을 지켜야 하는 정책들,민간시장을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정책,소외된 저소득층을 감싸안는 정책에 힘을 모을 수 있다.
기술적 판단,합리적 판단에 의거한 정책적 소신에 자긍심을 갖고 정책을 묵묵히 수행하는 건설교통부의 우직스러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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