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날씨와 과학자 .. 임병동 <인젠 대표이사>

임병동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매년 엄청나다. 날씨를 예측하는 일이란 쉬운 게 아니다. 카오스이론 중 자주 대두되는 '나비효과'란 것도 기상학에서 자주 쓰인다. 한 기상학자가 정확한 일기예보를 위해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만들었다. 만약 어떤 날씨가 어떤 조건에서 발생한다는 것만 알 수 있다면 정확하게 기상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문제는 시뮬레이션상에서는 같은 조건을 집어넣으면 같은 결과가 나올지라도 실제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발생한다는 데 있었다. 날씨에 영향을 주는 조건을 소수점 16자리까지 나누어 세세하게 분류해 보았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서 나온 말이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그 결과로 뉴욕에는 태풍이 올 수도 있다'라는 과장된 가설이다. 날씨를 결정짓는 모든 요소를 공식화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만약 이 문제를 그저 '인간의 힘으로 풀 수 없는 문제'라며 포기해 버린다면 과학자들은 중요한 신념을 함께 포기하는 것과 같다. '모든 결과는 반드시 원인이 있으며 원인이 같다면 결과도 같다'고 믿고 있던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신념이 깨져 버리는 것이다. 인과율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기상학에서처럼 무원칙해 보이는 자연현상의 원칙을 찾기 위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카오스이론'이다. 필자는 카오스이론이 무엇인지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철학자와 과학자가 인과율을 믿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인과 결과에 관한 인과율을 믿고 있던 과학자들에게는 이것을 입증하고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신념으로 연구를 하는 이상 언젠가 지금보다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정확한 일기예보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도 모른다. 미약한 인간이 자연의 진리에 도달할 수 없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그 진리치에 점점 가까워지기 위해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