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패션 '대박 입힌다' .. 넥슨 '퀴즈퀴즈' 디자인팀

온라인상의 아이템 판매가 닷컴 기업들의 수익원으로 각광받으면서 아이템 기획.디자이너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옷 액세서리 헤어스타일 등을 창조해내는 이들은 "사이버공간의 제조업자"다. 넥슨 네오위즈 등 일부 닷컴 기업들은 이미 유료 아이템 판매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게임개발회사 넥슨(대표 정상원)의 온라인게임 "퀴즈퀴즈"는 요즘 유료 아이템 판매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아이템 판매가 방학시즌에 접어들면서 평균 1억5천만원 상당의 월 매출액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일등공신은 바로 "퀴즈퀴즈"의 디자인팀. 기획자인 류경희(25)씨와 디자이너 장재연(29)씨가 중심이 된 디자인팀은 매번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아이템을 쏟아내며 회사 매출을 올리는 커다란 공을 세우고 있다. 자신들이 기획한 사이버 아이템이 회사 매출액을 올리는데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덕분에 두 사람의 얼굴도 연일 싱글벙글이다.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이 주 이용자인 "퀴즈퀴즈"는 퀴즈를 풀어 사이버머니를 적립하는 온라인게임. 다른 온라인게임들이 유료화를 서두른 것과 달리 이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아이템 판매로 승부를 걸고 있다. 기획자와 디자이너인 두 사람의 어깨가 무거워지게 마련이다. 류씨는 장씨는 요즘 매일 만화 애니메이션 패션잡지 등을 보며 10대 취향의 트렌드 따라잡기에 여념이 없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아이템은 1천원짜리 머리모양에서 6천9백원짜리 의상까지 수백가지에 달한다. SBS 사극드라마 "여인천하"의 중전머리, 가수 god 의상, 판타지풍의 공주의상 등 최근 게이머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이템은 모두 두 사람의 손을 거쳐 나온 것이다. 게이머들은 퀴즈를 풀면서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한껏 멋들어지게 꾸미기 위해 돈을 내고 아이템을 구입한다. 물론 퀴즈를 잘 푸는 사람은 돈 대신 사이버머니를 상금으로 받아 아이템을 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초보 게이머들은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바타에게도 빈부격차가 발생한다. "능력"있는 주인을 만난 아바타는 화려한 모습으로 치장한 채 사이버 공간을 누비지만 주인 잘못 만난 아바타는 헐벗은 모습으로 퀴즈를 푸는 설움을 겪어야 한다. 기획자와 디자이너에겐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공부다. 각종 첨단 패션이 넘쳐나는 유행의 거리는 특히 기획자인 류씨에게 살아있는 교육장이나 마찬가지다. 가끔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아이템이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남성 대상의 "신사복"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아이템이 여성 게이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박상품이 되는 것이다. 아이템 디자이너가 인기를 끌면서 이 분야를 지망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탄탄한 실기와 이론을 갖추지 못하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류씨는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후 오프라인에서 실무경험을 닦은 케이스. 미국의 의류업체 GAP의 국내지사에서 머천다이저로 근무하던중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올해 초 회사를 옮긴 류씨는 현장 경험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사이버상의 패션이지만 의류의 역사나 오프라인의 패션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요. 특히 매번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하기 때문에 창의성이 많이 필요해요" 디자이너인 장씨도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게임 아이템 및 캐릭터 디자인은 무엇보다 유행에 대한 감각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요구되는 분야다. 실제로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여성이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이 빚어지기도 한다. 회사 홍보를 위한 사진용 보도자료 모델로 디자이너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이다. 넥슨이 서비스중인 인기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캐릭터 디자이너인 김희전(22)씨는 작업 도중 홍보실로부터 이런 도움요청을 자주 받는다. 벌써 김씨가 등장한 보도용 사진이 6번씩이나 신문지상에 나갔다. 물론 출연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번 흔쾌히 출연하다. 김씨는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어요. 하지만 회사를 위한 일인데다 자주 하다보니 이제 카메라앞에 서는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며 웃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