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워싱턴의 稅休日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한달간의 긴 휴가에 들어간 5일 워싱턴DC는 관광객과 세금 없는 기간을 맞아 쇼핑에 나선 주민들로 붐볐다. 쇼핑에 나선 워싱턴DC 주민들은 두가지 선물을 동시에 받았다. 우선 부시 대통령의 감세(減稅) 정책으로 가구당 3백달러에서 6백달러의 환불수표를 손에 쥐게 됐다. 현찰이나 마찬가지인 이 수표가 지난주부터 순차적으로 각 가정에 배달되고 있다. 환급규모는 총 3백80억달러에 이른다. 여기에다 워싱턴DC는 3일부터 열흘간 판매세를 없앴다. 판매세란 물건 값에 포함된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물건을 살 때마다 소비자가 일일이 내야 하는 세금이다. 세율은 주(州)마다 다른데 워싱턴DC의 경우 5.75%에 달한다. 면세대상을 의류 신발 문구용품 등으로 제한하고 대상금액도 1백1달러어치로 정했지만 어찌됐든 세금 없는 쇼핑을 할 수 있게 된 워싱턴DC 주민들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인근 메릴랜드주는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의류와 신발 등에 한해 1백달러까지 5%의 판매세를 면제해줄 방침이고 버지니아주도 아직 날짜를 정하지 않았지만 곧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세휴일(稅休日)을 처음 실시한 곳은 뉴욕주였다. 뉴욕주는 지난 97년 의류에 4%의 판매세를 물리지 않았고 다른 주들이 이를 모방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9월부터 시작되는 신학기를 앞두고 소비를 부추기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각 가정에 배달된 환불수표를 소비로 끌어들이기 위한 판매상들의 판촉전이 달아오른 상태여서 올해의 면세조치는 예년과 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 대형 할인판매장인 K마트는 받은 수표를 모두 쓰는 고객에게 5%의 보너스를 주고 가구상들은 침대 운송비를 면제해주고 있다. 주택수리 유지 전문백화점인 홈데포는 '집 수리할 절호의 찬스'라는 광고를 내걸었다. 미국정부의 이같은 소비부양 노력이 경기회복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