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경제 체제인가] (5) '속빈 복지정책'

'현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교육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분명 의욕 과잉이다. 선진 복지국가들은 시장 기능을 활성화하면서 민간의 효율성을 살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한국 복지정책의 문제점이다. 실상 우리나라의 각종 사회보장 정책은 경제 원리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또는 인기영합적인 의도로 수립 집행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사회보험의 '저부담-고급여' 구조다. 예컨대 현행 국민연금에 40년 가입했을 경우 미국과 영국은 평생 소득의 41%와 40%를 보장해 주지만 우리는 60%를 지급한다. 이는 재정부담 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복지비의 증가 속도 추이에서도 정부의 의욕 과잉은 쉽게 발견된다. 복지비는 최근 4년 연속 적자재정 속에서도 연평균 17.6% 증가했다. 예산증가율(9.9%)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복지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오는 2030년엔 국내총생산(GDP)의 20.6%를 복지비로 쏟아붓게 될 것이라는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상이다. 수입 규모를 초과하는 지출은 필연적으로 재정 적자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실제 4대 연금과 건강보험 재정은 빨간불 일색으로 변한지 오래다.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 4조원의 적자가 예상될 만큼 파탄 지경에 처했고 국민연금 등 4대 연금의 부실은 나라 살림을 위협할 정도다. 국민연금이 현행 틀을 유지할 경우 2033년에 당기 적자가 발생하고 2048년에는 재정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급속한 노령 사회로의 진전과 경제성장 둔화세까지 감안하면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2030년으로 앞당겨질 수도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외국의 경우는 민간 부문의 몫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영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민간연금에 가입한 경우 공적연금에서 제외시키는 제도(opt-out)를 도입했다. 연금 개혁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칠레는 국민연금제도를 아예 민영화했다. 지나친 복지중시 정책이 초래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기업에 많은 부담을 안김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생산적 복지체제의 구축 과정에서 기업 부담이 급속히 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의 복지부담 증대→경쟁력 약화→실업 증대→복지비용 증가란 악순환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형표 KDI 연구위원은 "사회복지를 확대하는 데는 상응하는 사회적 비용이 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정부는 기초보장을 담당하고 추가적인 보장은 민간 부문의 보험 기능을 도입해 복지 재정을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