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기업규제 완화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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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야 3당이 모처럼 경제정책협의회를 가졌지만 발표된 합의내용은 당초 기대에는 못미치는 것 같다.
경기를 살리고 기업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마련됐다는 갖가지 기업규제 완화대책중 무엇하나 이렇다할 것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30대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내년부터 지정기준을 자산규모 일정액 이상으로 바꿔 대상기업수를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기업 규제는 상당폭 완화하겠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가 않다.
자산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3조원(대상집단 26개)~5조원(19개)이 될 것이라는게 공정위쪽 얘기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현행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그것이 글로벌 경쟁시대에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규모가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들의 발목만 잡는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마땅하다.
경제력집중을 우려하는 여론 때문에 바로 없애기 어렵다면 그 수를 5개 안팎으로 축소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정위측 주장대로 10개 정도가 줄어드는데 그친다면 규제완화의 실질적인 의미는 거의 없어지게 된다.
집단소송제 도입방침은 특히 문제가 있다.
경기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제도도입을 서둘러야 할 절박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소송남발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보완장치를 두겠다는 발표인데, 이를 바꿔 말하면 집단소송제가 아직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보완장치"가 어느정도 실효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제도를 지금 도입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영업수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에 한해 부채비율 2백%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않도록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것도 정부가 일률적으로 조정할 것이 아니라 거래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입으로는 시장자율을 말하고 경제난을 걱정하면서 기업규제 철폐에는 이렇게 인색하니 정말 걱정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의욕이 살아나야 경제가 풀리 수 있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말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기업규제를 풀고, 그래서 기업인들이 신나게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