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탄생 20년] '기린아' 왕컴퓨터 역사속으로..부침 거듭 PC업계

IBM PC가 세상에 나온지 20년.짧지 않은 세월동안 PC시장에는 많은 사건이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주인공들이 지금은 자취를 감춰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왕컴퓨터. 상하이 출신 이민자인 왕안 회장이 세운 왕컴퓨터는 80년대 PC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 45년 미국에 이민을 간 왕 회장은 하버드대에서 물리학 박사를 마친 뒤 단돈 6백달러를 들고 홀로 창업,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자기기억장치를 개발해 컴퓨터 산업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왕컴퓨터는 한때 IBM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8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시대흐름을 읽지 못하고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왕 회장은 80년대 아들에게 사장자리를 내줬지만 경영이 신통치 않자 해임시키고 직접 회사를 지위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상황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왕컴퓨터는 결국 지난 90년 왕 회장이 사망한 한 후 92년 파산절차를 거쳐 창업자와 함께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졌다. 국내에선 세진컴퓨터랜드가 비운의 주인공이다. 세진컴퓨터랜드는 지난해 9월 파산했다. 세진은 수익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없이 직영점을 늘리고 출혈판매를 거듭해 적자가 누적됐다. 결국 7백84억원의 자산을 가진 이 회사는 그 10배가 넘는 4천8백억원의 부채를 안고 파산했다. 세진은 지난 90년 부산에서 5평짜리 소형 컴퓨터판매점으로 시작해 한때 가격파괴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99년에는 매출이 3천5백억원을 넘었지만 지나친 영업망 확대와 자금난으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