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IMF 구제금융을 갚는 시점에서

IMF(국제통화기금)차입금중 마지막 남은 1억4천만달러를 오는 23일 전액 상환한다고 한다. 모두 1백95억달러에 달했던 IMF 구제금융을 당초 예정보다 3년이나 앞당겨 갚을 수 있게 된 것은 어쨌든 자축해야할 일이다. 주요 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IMF 간섭을 받아야 하는 굴레를 벗어나게 돼 '경제주권'을 완전히 되찾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도무지 심드렁하기만 하니 무슨 까닭일까. "구제금융을 앞당겨 상환하게 된 것은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에서 빠르게 회복돼 다시 강력해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IMF 관계자들의 논평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우리들 주변에서 얼마나 될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른바 'IMF사태'의 공식적인 마감을 눈앞에 둔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한국경제의 현실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판단에 냉정해야 한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국가들중 IMF차관을 앞당겨 갚는 등 외환유동성 측면에서 여유를 보이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인 것은 분명하다.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에 가깝고 대외채권이 채무액을 웃도는 순채권국으로 전환된 것도 사실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 국민들의 잠재력을 애써 과소평가하는 것은 온당한 시각이 아님을 반증하는 사례들이다. '통계로 나타나는 경제'만 보면 97년과 같은 외환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해도 결코 지나칠 것이 없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외환관련 지표들과는 대조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봉착하고 있는 게 너무도 분명하다. 경제의 근본중 근본이 기업·가계 등 각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이라고 본다면 그런 결론이 가능하다. 그것은 소비심리나 기업실사지수 등 통계이전에 어디서나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3%대 성장 등 당면한 불황 때문이라고 보고 넘어가기에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IMF 빚은 다 갚았지만 IMF사태의 불안과 위축은 가시기 어려운 게 현상황이다. 97년 IMF사태가 대선을 앞둔 정치·사회적 불안 및 위기관리능력 부족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볼때 오늘 각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불안도 결코 기우일 수 없다.내년의 두차례 선거를 앞두고 때이르게 열기를 더해가는 정쟁,이념적 갈등,집단이기주의,언론사 세무조사 등 복잡한 현안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얼마나 부담을 줄지….또 대통령선거를 외환위기 속에서 치르는 일이야 없겠지만,경제가 뒷전이 되고 그래서 엄청난 후유증이 되풀이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