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가격파괴 열풍...인터넷 전용선등 최고 80%대 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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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정보기술) 업계에 가격파괴 열풍이 불고 있다.
각종 행사나 이벤트 명목으로 정상가의 절반을 깎아주는 것은 기본이고,아예 70∼80%까지 할인해주는 '폭탄세일'도 잇따르고 있다.
과거엔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후발업체가 저가공세를 주도했지만 요즘은 기반을 갖춘 선두권 업체까지 합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IT 경기 침체에 따른 현상으로 출혈 경쟁에서 오는 시장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보보안업체인 시큐어소프트는 '고객 감사행사'를 통해 침입탐지시스템(IDS)을 70% 이상 할인해주고 있다.
회사측은 기존 고객만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으나 실제론 신규 고객들의 상담도 받아주고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인터넷 전용선을 구축해주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도 바겐세일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피에스아이넷은 전용선 가격을 70% 이상 깎아주고 무선랜(40%)과 보안컨설팅(60∼70%)도 할인해주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올해초 3백만원에 가까웠던 펜티엄4 PC의 본체 가격도 1백만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인텔이 최고 54%까지 칩 가격을 인하할 계획인데다 PC업체도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어 가격 폭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업체들도 저가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으며 시스템통합(SI)업체들은 손해를 무릅쓰고 예정가의 절반수준에 저가 낙찰을 받는 사례도 나타났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우 나모인터랙티브와 어도비시스템즈코리아는 홈페이지 제작도구와 웹 에니메이션 제작 소프트웨어를 합쳐 60%이상 값을 깍아주고 있다.
경쟁사인 매크로미디어코리아도 40만원대인 소프트웨어를 6만9천3백원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가격파괴가 수요 확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IT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대체 제품 개발 속도가 워낙 빨라 매출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수익성만 악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델은 PC 가격을 20% 낮췄고 인텔도 반도체칩의 가격을 3분의1로 낮췄지만 매출이나 수익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팬타시큐리티 이석우 사장은 "시장질서가 확립되도록 각 협회차원의 자율적 정화노력과 함께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