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뉴트렌드] (9) '부동산 간접투자'

대형 통신회사 입사 7년차인 황호승(34)씨. 그동안 은행 정기적금을 꼬박꼬박 부어 목돈 7천만원을 마련했다. 황씨는 저축한 돈이 7천만원에 이르자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은행에 더 이상 돈을 맡겨 두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몰린다기에 아파트에 돈을 묻어두고 싶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그만한 돈으론 살 만한 아파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최소한 1억원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부동산 관련 지식도 거의 없다. 고민 끝에 은행에 다니는 대학 동창을 찾은 황씨는 부동산금전신탁이란 상품을 권유받았다. 전문가가 고객을 대신해 부동산 투자를 해주는 상품으로 소액투자가 가능하다는 말에 선뜻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상품에 가입한 황씨는 크게 만족하고 있다.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3%포인트 정도 높은 연 8%대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황씨 같은 이들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줄 수 있는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은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부동산금전신탁이다. 고객으로부터 돈을 모아 주로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불특정금전신탁상품이다. 판매되는 상품마다 판매 당일 완전 매진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상반기까지 판매된 상품의 수익률은 상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연 8∼12%에 이를 정도다. 부동산금전신탁에 이어 조만간 등장할 리츠는 본격적인 부동산 간접투자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리츠는 일반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부동산금전신탁과 가장 큰 차이는 리츠 자체가 하나의 회사로 주식시장에 상장된다는 점이다. 언제든 주식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어 부동산 관련 상품의 최대 약점인 환금성 문제가 1백% 해결된다. 리츠는 CR리츠와 일반리츠로 구분된다. CR리츠는 기업 구조조정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다. 일반리츠는 투자대상 부동산에 제한이 없다. 현재 10여개에 가까운 업체들이 물밑에서 리츠 설립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이르면 다음달 리츠 1호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부동산금전신탁 CR리츠 일반리츠중 어느 상품의 수익률이 가장 높을까. 이에 대해 삼정회계법인은 현재로선 부동산금전신탁이 가장 낫다고 분석했다. 리츠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 개발사업에 거의 손을 댈 수 없다. 임대수익률에 의존하다보면 수익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빛증권의 조장식 이사는 "현재로선 각종 규제 때문에 리츠가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리츠에 대한 각종 규제가 풀려 리츠가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