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생각의 감옥'서 탈출하라..'상자 안에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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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기는 법을 배운 아기가 방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자기 몸을 뒤로 밀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아기는 그만 가구 밑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쳐봤지만 속수무책.
꼼짝 못하게 된 아기는 가구를 미워하면서 더 힘껏 자신을 뒤로 민다.
아기 입장에서는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자신이다.
문제는 왜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경영교육.컨설팅조직인 아빈저연구소가 펴낸 "상자 안에 있는 사람,상자 밖에 있는 사람"(이태복 옮김,물푸레,1만원)은 이처럼 꽉 막힌 생각의 상자를 "자기 기만"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자기 기만은 스스로의 눈을 멀게 만든다.
그런 상태에서 생각해내는 해결책은 오히려 역효과만 부른다.
상자 안에 갇혀 자신을 억압하면서 상자 안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
그들이 길을 잃는 것은 "마음의 어둠"을 밝히지 못한 탓이다.
당연히 변화에 앞장설 수 없고 성과도 높이지 못한다.
리더십 또한 마찬가지.
리더십이 손상되는 것은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 때문이지 "가구"때문이 아니다.
자기 기만 현상은 개인보다 조직에서 더 심각하다.
이 책은 조직을 갉아먹는 근본 요인이 "늘어나는 상자"때문이라고 진단하다.
리더십과 팀워크,의사소통,책임,신뢰,열정 동기부여 등 모든 문제가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처방전은 무엇인가.
일단 사람들이 어떻게 상자에 갇히는지를 하나씩 보여준 다음 그 그물을 걷어내라는 것이다.
"열린 사고"로 창의성을 키우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이 급선무.
생각이 자유로워지면 커뮤니케이션도 수월해지고 조직에 피가 잘 돈다는 얘기다.
꼭 기업이나 공공조직에만 해당되는 교훈은 아니다.
NFL(전미풋볼리그) 최우수 선수상을 두 번이나 받은 스티브 영은 "이 책에 나온 지식을 가족과 친구들과 나눴는데 경기장에서든 가정에서든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리더십 분야의 최고 권위자 스티븐 코비도 극찬했다.
그동안의 인간관계나 리더십에 관한 책들이 상대를 움직이고 이끄는 리더십에 중점을 뒀다면 이 책은 자기 자신을 깨닫게 하는 리더십에 초점을 맞췄다.
평소 가정과 직장에서 별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섣불리 "확신"하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죽비"같은 책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