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약발' 이젠 안먹히나

미국 연방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를 인하하면 증시가 활력을 찾는 '그린스펀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리인하가 경기회복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경제가 불안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FRB가 21일 연방기금금리를 3.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한 이후 뉴욕증시는 급락세로 돌변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2.7%,다우지수는 1.4% 하락했다. ◇먹혀들지 않는 금리인하=그린스펀은 올들어 8개월 동안 3.0%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했음에도 아무런 효험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금리인하 당일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곱차례 중 네번은 당일 주가가 떨어졌다. 그린스펀이 기습적으로 금리를 내린 1월3일과 4월18일에만 주가가 큰폭으로 올랐을 뿐이다. 그러나 '깜짝쇼'의 약효도 사흘을 못넘기고 사라졌다.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증시뿐이 아니다. 장기금리는 FRB의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최근 주춤해지긴 했지만 달러화 강세도 여전하다. ◇왜 이러나=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인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금리인하로 인한 경기회복 기대감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그린스펀의 마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경기침체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경기회복의 핵심요소인 설비투자와 금리인하와의 연계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투자전문가인 하워드 발로도 "지금 절실히 필요한 사람은 그린스펀이 아니라 실적회복 전망을 내놓는 경영자"라고 말했다. ◇힘을 잃은 그린스펀=그린스펀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제주간지 배런스는 최근 "그린스펀의 금리정책이 조건반사적이며 기회주의적"이라고 공격했다. 경제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각 금리 조절을 통해 경제안정을 도모한다는 그린스펀의 조치는 시장 추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FRB내 공세도 만만치 않고 부시 행정부와의 관계도 클린턴 때 만큼 우호적이지는 못하다. 이 때문에 조기 사임설까지 나오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