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순환매 주춤 570대에서 옆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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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발빠르게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제한된 업종내에서 순환매를 형성하던 대중주 기세가 무뎌진 가운데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건설주가 일찌감치 상승세를 접었고 증권주 역시 현대투신 문제 타결이 재료노출에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은행주는 국민, 주택은행이 반등하면서 그나마 선전하고 있으나 매수세 유입은 제한적이다.
23일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18분 현재 573.90으로 전날보다 0.97포인트, 0.17% 하락했다. 장 초반 뉴욕 증시 상승에 힘입어 580선을 넘어선 후 안착을 시도했지만 60일선의 저항과 매물대 부담을 감당하기엔 벅찬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 한국전력, 한국통신공사 등 지수관련 대형주는 장 초반 일찌감치 변동폭을 결정하며 정체, 지수 움직임을 제한했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은 "뉴욕 증시 강세가 전날 선반영된 측면이 강한 상황에서 대중주 탄력이 줄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중주 중 특히 시세를 주도했던 건설주가 조정을 이으면서 소강 상태로 접어든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심리가 상승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을 반영하듯 다른 업종을 두드리는 가운데 대중주가 조정을 거친 후 이들 중심으로 한 개별종목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는 '다음 타자'를 기다리는 가운데 개별종목 수익률 게임을 전개하며 끊임없이 주변업종으로 의사를 타진하고 있으나 뚜렷한 대안은 아직 떠오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날 시세를 주도했던 반도체 관련주는 필라데피아 반도체지수 급등을 차익실현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장초반 500개에 달하던 상승종목수도 400여개로 줄었다. 대중주 외에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 에너지 고갈이 염려되고 있다.
제약주가 대안으로 나서 업종지수 상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제약주는 하반기 실적 우려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 상반기 실적호전 미반영 △ 신약테마 효력 지속성 △ 최근 강세장에서 상대적인 소외 등이 부각됐다.
한양증권 제약담당 김희성 연구원은 "제약업종의 하반기 실적 추세가 상반기와 같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경기 문제가 거론되면 항상 제약주가 부각된 데다 현재 업종 주가수익비율이 거래소보다 낮아 투자 메리트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실적 우려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동아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우량 제약사 위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으나 이날 상승은 순환매 차원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증시에서는 주도주 소멸만큼이나 매수주체별로도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와 기관과 개인은 순매도가 맞서고 있으나 잦은 종목교체 속에 어느쪽도 시세 연속성에 자신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국내의 유동성 열기 등 국내증시의 독자노선과 경기침체 등 펀더멘탈 불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기회를 포착하고 있는 것. 다만 전체적으로는 매도가 매수보다 우위를 보이는 프로그램 매매 영향으로 매도세가 더 짙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지수 움직임은 지지부진하지만 오전 거래량이 2억5,000만주를 넘어설 만큼 종목별로 활발한 매매가 전개되고 있다"며 "지수가 580선을 넘어서기도 힘들지만 박스권 하단부도 상당히 올라온 만큼 거래소내에서 활발한 종목 교체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팀장은 "최근 외국인의 현선물 매매를 보면 나스닥과 연동되기 보다는 한국증시 여건에 빠르게 대응하는 인상이 강하다"며 "주요 투자주체들이 방향을 나타내지 않고 있어 지수가 가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날 장 종료 후 공식 발표를 예고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AIG컨소시엄의 현대투신 외자유치 타결은 증시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현대증권은 신주발행이 기대에 했던 할증이 아니라 10% 가량 할인발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에 실망매물이 출회되며 7% 이상 급락했다.
LG의 박 연구원은 "현대증권이 1만원대까지 상승하는 과정에서 이미 반영된 측면이 많다"며 "구조조정 재료는 앞으로도 개별종목 이외에 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