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車이야기] '닷지 바이퍼'..독사처럼 강하고 날렵한 '도로의 제왕'

모험은 때로 감동이다. 울퉁불퉁한 트럭을 만들다가,날렵한 제비 같은 스포츠카를 만드는 것은 만화에서나 가능하지 실제 제작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트럭 메이커 닷지(Dodge)가 만들어낸 도로위의 제왕 바이퍼(Viper)는 하나의 경이로운 모험이라 부를만 하다. 바이퍼는 "독사"라는 뜻이다. 세상에 차 이름을 뱀에서 따오다니 하겠지만,날렵하고 강인한 외관이나 미끄러지듯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과 함께 1960년대 명성을 날리던 "쉘비 코브라"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은 사실을 감안하면 제대로 작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퍼는 92년에 나왔으니 아직 연륜은 일천하다. 하지만 거침없고 대담한 스타일과 대중적이면서도 수퍼카의 기량을 두루 갖추고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바이퍼는 로드스터와 쿠페 두가지가 나오고 있는데,전자 장비를 배제한 6단 수동의 트랜스미션,듀얼 에어백,재활용이 가능한 버킨 시트,조절식 풋 페달,휠의 명가(名家) BBS에서 만든 18인지 알미늄 휠은 오직 운전자의 능력만으로 수퍼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도록 만든 바이퍼의 소도구들이다. 바이퍼는 미국의 자동차문화를 대표하는 머슬카(Muscle Car)의 대명사로도 불린다. 머슬카는 말 그대로 "근육질의""힘이 센" 람보 같은 차를 말하는데,스피드와 마력보다는 순간가속력과 토크를 더 중요시 하는 미국인들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차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미국인들은 보통 사람들이 경험할 수 없을 만큼 평균 속도가 빠른 차를 선호하기 보다는,즉시라도 큰 힘을 뽑아내 시트에 몸이 확 젖혀질 만큼 강한 가속력을 가진 차를 더 선호한다. 이렇게 순간적인 힘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마력보다는 토크가 더 좋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DOHC엔진이 표준화되다시피 했지만,미국은 아직도 구식 OHV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같은 마력일 때 DOHC엔진보다 푸시 로드식의 OHV엔진의 토크가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이퍼의 이미지 리더 역할을 하는 96년형 바이퍼GTS를 보면 엔진은 10기통 8천cc짜리를 사용하지만 마력은 4백50에 불과하다. 하지만 순간 가속을 책임지는 토크는 6백27마력이라는 엄청한 엔진을 단 맥라렌F1을 능가하는 67.8kg.m를 겨우 3천7백rpm에서 토해낸다. 이것이 바로 미국 자동차를 대표하는 머슬카이다. 같은 배기량에서 가능한 한 최대 출력을 뽑아내려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추어 보면 머슬카는 미국을 제외하면 그리 환영을 받지 못하는 장르다. 그러나 넓은 땅과 싼 기름값,배기량별로 세금을 매기지 않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토양속에서 자라난 머슬카와 머슬카를 대표하는 바이퍼는 미국적인 자동차의 대명사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