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계에 도전"...회계사 변신 확산 .. 금감원 등 정부부처 활약

"안주하기보다는 도전한다" 안정된 직업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뛰어드는 공인회계사(CPA)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나 감사원 등 정부부처 공무원으로 들어가거나 아예 벤처사업가로 변신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특히 그동안 갈고 닦은 분석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벤처창업에 나서는 회계사들이 많다. 회계관련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거나 회계와는 전혀 상관없는 비전공 분야를 택해 창업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이미 벤처업계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회계사 출신 기업가도 등장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들의 이같은 도전과 변신은 이제까지 안정된 전문직종의 하나로 평가받아 왔던 회계업계의 변화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기관 진출 러시 =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CPA시험에 합격했지만 회계사로 활동하지 않고 있는 인원은 1천4백여명으로 전체의 거의 30%에 이른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 "비활동" 회계사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곳은 정부부처. 그중에서도 특히 회계관련 업무가 많은 금융감독원과 감사원에서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에는 56명의 공인회계사가 근무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99년 14명의 회계사를 선발했으며 지난해에는 20명을 뽑았다. 올해에도 회계사 6명이 새로 진출했다. 금감원은 회계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평균 경쟁률은 2~3대 1 정도에 달한다. 감사원에도 30여명의 회계사가 진출해 있다. 이중에는 CPA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한 사람도 적지 않다. 감사원은 지난 95년부터 해마다 4~5명의 회계사를 뽑았다가 지난해엔 13명으로 선발인원을 늘렸다. 올해에도 회계사 5명이 감사원에 입성했다. 채용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5대 1. 이밖에 CPA 자격증을 가진 대학교수도 1백8명이나 되며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국세청 등 정부부처에도 회계사 출신이 포진해 있다. 창업도 줄이어 =단순히 기업의 최고재무담당자(CFO)나 회계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는게 아니라 직접 회계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환경 홍보 등 전혀 다른 분야에 진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회계사들도 많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더존디지털웨어의 김택진 사장이 대표적이다. 더존디지털웨어는 현재 회계 소프트웨어 등 경영관련 솔루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 세무회계사무소의 80% 이상이 이 회사가 만든 회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이카운트의 김신래 사장도 회계사 경력을 적극 활용해 벤처창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이 회사는 인터넷을 통해 종합소득세 신고대행 서비스 등 세무.회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이엠지티의 임호천 사장은 암호화와 전자서명 인증시스템을 활용한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프로그램인 "하이 택스페이퍼"를 개발했다. 세화회계법인 출신인 환경비젼21의 김동우 사장은 세무.회계와 전혀 무관한 분야에 진출했다. 쓰레기침출수나 축산폐수 등 오.폐수를 정화하는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환경벤처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안진회계법인에서 근무한 노범석 메타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경영학 지식과 회계업무 과정에서 쌓인 분석.기획력을 바탕으로 CEO 브랜드 등 새로운 개념의 홍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새 분야 진출 늘어날 듯 =공인회계사는 IMF 위기이후 2-3년동안 기업의 컨설팅수요 급증 등으로 시험에만 합격하면 평생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종의 하나로 각광받아 왔다. 하지만 매년 회계사 선발인원이 늘어 올해의 경우 무려 1천명이 새로 자격증을 받게 될 정도가 됐다. 이에 따라 주수요처인 회계법인조차 취업문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회계감사의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회계사들의 업무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 회계사는 "정부가 분식회계 근절을 위해 공인회계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제재수위를 높임에 따라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며 "많은 회계사들이 보수는 적지만 안정된 위치에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업계에서는 다양한 산업영역에서 회계사의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회계사들의 "변신"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회계사들의 타분야 진출은 산업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