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경제학] 부동산증권화 선봉 '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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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부동산 투자는 덩치가 클 뿐만 아니라 매매와 관련된 세금 수수료 등 거래비용이 만만치 않다.
부동산과 관련된 정보도 일일이 챙겨야 하는 부담도 있어 개인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점 때문에 부동산 투자는 원매자를 찾는데 몇 달, 심지어 몇 년씩 걸리는 환금성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부동산들이 팔리지 않아 가격이 단기간에 급속하게 떨어지는 자산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바 있다.
부동산 투자에 환금성을 부여하고 투자 저변을 소액투자자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안된게 부동산 증권화다.
부동산 증권화란 부동산의 소유권 저당권 사용권을 표준화된 소액 단위로 분할하고 그 지분을 자본시장에 유통시켜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는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는게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유통되는 부동산 지분에 투자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으며 거래비용도 적게 드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부동산 증권화 상품의 대표적인 것으로 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가 있다.
REITs는 다수의 투자자를 모집해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부동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다.
REITs 주식은 일반 회사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 상장돼 유통된다.
투자자는 회사설립시 지분 참여를 할 수도 있고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을 매입할 수도 있다.
따라서 REITs 주식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부동산 증권화상품이라 할 수 있다.
REITs의 도입은 196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의회는 소액투자자에게도 부동산 투자 기회를 주기 위해 세법 개정을 통해 일정 요건(조직 자산 소득 배당)을 갖춘 부동산투자회사(또는 신탁)에 대해 REITs 자격을 부여, 법인세 면제혜택을 줬다.
REITs는 세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배당을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임대수입이 있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주력했다.
REITs 시장은 몇 차례의 부침을 거쳐 9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했다.
2000년 말 현재 뉴욕증권거래소 등에 상장된 REITs 회사수는 1백89개, 시장가치는 1천3백87억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규모다.
우리나라는 2001년 3월 "부동산투자회사법" 제정을 통해 REITs 제도를 도입했다.
부동산투자회사는 미국의 REITs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우리 경제 특성을 고려해 다소 차이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투기적 거래 방지를 위해 개발사업이나 단기매매 등을 제한하거나 법인세 면제혜택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특히 일반적인 부동산투자회사 외에도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자산운영상의 유연성과 세제혜택 범위를 확대한 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CR-REITs) 제도를 별도로 두고 있다.
REITs는 부동산시장에 주는 파괴력 때문에 도입 이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으며 현재 금융회사와 부동산신탁사 등을 중심으로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저금리 기조의 정착은 투자자를 REITs로 유인하는 호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REITs 제도가 활성화되기에는 법인세 감면 여부, 우량 부동산 확보 여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참여 문제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하겠다.
박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