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여교수 할당제

마리 퀴리(1867∼1934)는 역청우라늄에서 폴로늄과 라듐을 추출한 공으로 1903년 남편 피에르 퀴리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1906년 피에르가 소르본대학의 교수로 임용된 반면 마리는 단지 실험연구소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파리대학 창설 7백년만에 최초의 여성교수가 된 건 남편의 사고사 이후 그를 은퇴시키려는 정부에 맞서 친지들이 온갖 노력으로 피에르의 교수직을 잇게 해준 덕이었다. 1백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대학은 여성학자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여성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중진교수들에게 똑같은 이력서를 한 통은 존, 한 통은 조앤의 이름으로 보내면 존은 부교수,조앤은 조교수로 추천한다고 한다. 국내의 사정은 더더욱 나쁘다. 전국 1백62개 대학 재학생중 여학생이 36.25%나 되고,대학원 석ㆍ박사과정 또한 여성의 비중이 37.68%(2001교육통계연보)에 달하는데도 전국 사립대와 국ㆍ공립대 여교수 평균비율은 각기 16.0%와 8.8%에 불과하다. 서울대의 경우엔 상황이 한층 심각하다. 10년동안 학부및 대학원의 여학생 비율이 20%에서 30%로 급증했고 올해의 경우 신입생의 37%가 여학생인데도 여교수 비율은 6%대를 못벗어나고 경영대 공대 법대등 7개 단과대엔 한명도 없다. 급기야 여교수회에서 5년안에 여교수 비율이 10%는 되도록 채용할당제를 촉구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여성박사의 취업률이 남성의 절반 밖에 안되고 특히 여교수 비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여성들이 수급불균형이 심한 기초학문에 집중돼 있는 탓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보통신 컴퓨터 분야의 여성박사 취업률도 남성의 60%밖에 안되고 여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사범계 역시 40%미만으로 남성보다 훨씬 낮다. 결국 눈에 안보이는 성차별적 고용관행이 진짜 요인인 셈이다. 실제 많은 대학에서 저녁식사와 술자리등 밤으로 이어지는 '사회생활'을 함께 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여교수 임용을 기피한다고 한다. 인적자원 개발은 국가 발전의 핵심이다. 학문연구가 중심인 대학에서 '사회성'을 이유로 유능한 여성에게 기회조차 안주는 일은 이제 끝낼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