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이동폭 9개월중 최소, "미 GDP로 더 내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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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와 엔화가 거의 궤적을 같이 하며 동반 침체 양상을 보였다.
하이닉스의 채무불이행 위험, 대우차, 현대투신 등의 구조조정 현안의 불확실성, 주가 급락 등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으로 깔리면서 강보합권을 유지했다. 매수세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2/4분기 국내총생산 GDP수정치 발표를 앞두고 달러/엔의 추가 하락이 점쳐지고 있어 1,280원을 하향 돌파하기 위한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70원 오른 1,281.70원에 마감했다. 거의 '10전 치기' 장세의 거래만 이어졌을 뿐 거래는 극도로 위축돼 환율 변동폭은 불과 1.80원에 불과했다. 이달중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14일 1.20원 이후 가장 작아 최근 환율 방향이 극히 불투명함을 입증했다.
◆ 1,280원대 하향 돌파 재시도 = 월말분위기에 편승한 물량 공급에 대한 기대가 있으나 현재로선 크게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 네고물량이 월말임에도 눈에 띠지 않아 수출 급감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시장 마인드는 달러매도(숏)쪽으로 기울어 있음에도 기업들의 실수가 동반되지 않음으로 인해 아래쪽 시도에 어려움이 있다.
7월중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수출 급감으로 지난 6월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 5억1,000만달러에 불과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도 경기침체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 GDP발표에 맞춰 달러화 약세가 좀 더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30일 환율은 1,270원대 재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이 월말임에도 아래쪽으로 가지 못하는 것은 장에 물량이 모자라기 때문"이라며 "내일 미국의 GDP발표가 있으나 크게 움직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상보다 GDP가 좋으면 위로 출렁거리겠으나 0%나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엔이 119엔대에 머무르게 되면 아래쪽으로는 1,278원까지, 그렇지 않으면 위로는 1,284원에서 좀 더 오를 여지가 많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하이닉스 등이 딴죽을 걸지만 달러 약세쪽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며 "시장 상황은 아래쪽인데 주변 여건이 이를 막고 있지만 쉽게 위로 오르지 못하는 것이 달러 약세가 진행되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GDP수정치는 29일 오전 8시 반(국내 시각 29일 밤 9시 반)에 발표된다. 당초 발표된 성장률 추계치는 0.7%였다.
◆ 볼 것 없는 시장 = 수급이나 재료, 환율을 움직일만한 동인은 봉쇄됐다. 구조조정 현안에 대한 불안감이 환율 하락을 막았을 뿐 위로 갈 수 있는 모멘텀도 없었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5시 현재 119.88엔이다. 오전중 120엔을 놓고 공방전을 펼치기도 했으나 대체로 119.80∼119.90엔 범위에서 게걸음쳤다.
전날 뉴욕에서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치 아래로 밑돌면서 달러/엔의 상승 시도는 막히면서 120.02엔에 마감한 이후 이날도 달러화에 영향을 미쳤다. 연일 17년중 최저치 경신에 열을 올린 닛케이지수의 하락세에도 엔화는 꿋꿋하게 버틴 셈. 이미 드러난 일본 경제의 어려움과 달리 미국 경기 회복 기대감이 꺾이면서 달러화의 약세가 두드러진 영향.
역외세력은 개장초 매수에 나서기도 했으나 관망세로 일관했다.
업체 네고물량은 소규모로 공급됐으나 시장 수급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50원 낮은 1,280.5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오름세로 방향을 틀어 9시 54분경 이날 고점인 1,282.30원으로 올라섰다. 역외선물환(NDF)환율은 달러/엔이 120엔대로 반등한 것을 반영, 1,283.50/1,284.50원에 마감했다.
이후 환율은 1,281.50∼1,282.20원 범위에서 꽁꽁 묶인 채 1,281.9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내린 1,281.80원에 오후 장을 연 환율은 달러/엔의 미세 변동에 따라 1,281.60∼1,282.20원 범위에서 '제자리 뛰기'에 열중했다. 그러나 달러/엔의 추가 하락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거래자들이 달러매도초과(롱) 상태를 털기 위한 포지션 정리에 나서 4시 3분 1,281.10원까지 내려서기도 했다. 오후장에서 환율 진폭은 불과 1.10원에 불과했다.
장중 고점은 마감가인 1,282.30원, 저점은 개장가인 1,280.5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1.80원에 그쳤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닷새째 주식 순매수를 이어 392억원을 기록했으나 환율과는 무관한 흐름. 코스닥 시장에서는 11억원의 순매도였다. 지난 월요일 1,134억원에 이르는 순매수분 일부가 시장에 일부 나왔으나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9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5억4,3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5,300만달러, 2억8,540만달러가 거래됐다.
30일 기준환율은 1,281.8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