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일자) 비교광고, 제대로 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비교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제정,비교광고 활성화의 틀을 제시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상품의 직접적인 비교광고가 본격화되면 가격 성능 장ㆍ단점 등 제품에 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됨으로써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경쟁에 따른 품질향상 또한 기대할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광고는 99년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일부 허용됐지만 비교범위 등 구체적 기준이 없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 지침에서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가능성만 없으면 자사의 장점만 부각시켜도 된다는 점 등을 명시함으로써 제 궤도에 오르게 된 셈이다. 선진국의 경우 비교광고는 오래 전에 일반화됐다. 미국에선 연방무역위원회(FTCㆍFederal Trade Commission)가 74년 비교광고에 대한 정책 및 지침을 작성한데 이어 79년 그 기준을 보다 완화함으로써 현재 전체광고의 35%를 차지할 정도고,일본에서도 87년에 이미 지침을 내놓았다. 비교광고가 늘어나면 일부에서 자사상품의 우수성을 알리기보다 경쟁기업의 단점을 부각시키거나 객관성이 떨어지는 자료를 근거로 과장 또는 비방 광고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비교 대상과 기준이 같아야 하고 객관적으로 검증돼야 하며 조사결과의 일부만을 자사에 유리하게 왜곡하면 부당광고로 간주된다지만 현실적으로 그 적법성 여부를 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경쟁이 심한 업종의 경우 서로를 비난하는 소모전으로 번질 확률이 크고 눈살 찌푸리게 할 해프닝이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도 떨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비교광고의 허용은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를 돕고 그동안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모호한 잣대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해온 국내의 광고기법을 향상시켜 광고계 전반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본다. 초기에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고 비교광고를 속히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건전하고 확실한 판단이 우선돼야 하겠거니와 광고주와 제작자들의 이성적 대응 또한 필수적이다. 인터넷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접할수 있는 정보 채널이 무한해진 만큼 말장난이나 허위·과장광고,근거없는 비방 광고 등을 삼가고 보다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광고의 궁극적인 목적은 욕망 창조에 따른 제품 판매지만 소비자의 합리적 행위를 위한 명확한 정보 제공이나 대중교육 도구라는 사회적 측면을 무시한채 자사의 이익에만 연연한 광고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