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일자) 주5일 근무제 서둘러선 안된다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은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 여론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언가에 쫓기듯 도입을 서두르고 있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서두르다 보니 무리수가 나오고 무리수는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러와 일을 더 꼬이게 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인상이다. "내년 7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시행키로 노사간 의견이 모아졌다"는 노사정위원장의 일방적인 발표가 일으킨 파문만 해도 그렇다. 세부쟁점에 대해서는 노사합의가 이루어진게 하나도 없는데 미리 서둘러 합의된 것처럼 발표한 저의가 무엇이냐는 재계의 반발에 노사정위는 발표내용을 취소하는,수준이하의 해프닝을 연출했다. 노사정위의 합의가 없으면 정부 단독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노동부의 으름장이나,합의되지도 않은 사항을 합의했다고 발표한 노사정위의 행동이나 모두 연내 입법이 무산됐을 경우 돌아올 '위로부터의 질책'을 의식한 초조감에서 비롯된 무리수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어제 경제5단체 상임부회장들이 이 문제로 긴급 모임을 가진데 이어 오늘 경제5단체장들이 노동부장관에게 집약된 의견을 전달하는 등 재계가 이 문제에 대해 민감한 행보를 보이는 것도 정부의 여론몰이식 압박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노사간에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휴일수 조정문제지만 정부로서는 휴일수가 어떻게 되든 되도록 빨리 도입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인 것 같다. 아마도 내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분위기 띄우기'에 근로시간 단축을 이용하겠다는 발상이 아닌가 싶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정지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연월차휴가 생리휴가 등 법정휴가와 경조사휴가 여름휴가 등 약정휴가 관행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에 꼭 전면 손질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시행시기와 관련해서도 지금처럼 경제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간 이해관계는 물론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몰고올 중요한 사안을 노사간 충분한 협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정치적 논리로 졸속 처리한다면 제2의 의약분업사태를 초래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주5일 근무제는 산업경쟁력 기반을 훼손하거나 기업에 추가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기본 전제하에서 도입에 따르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