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정기자의 '패션읽기'] '청바지패션의 부활'

1800년대 중반 미국 서부개척시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강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몰려 들었고 이들은 격렬한 노동에서 견뎌낼 수 있는 튼튼한 작업복을 필요로 했다. 1853년 샌프란시스코의 상인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자신의 천막 천으로 노동자가 입을만한 바지를 만들어 냈다. 세계 최초의 청바지다. 청바지는 서부의 '꿈'을 바탕으로 태어났지만 정작 미국 전역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서부의 '몰락'이다. 1929년 대공황의 시작과 더불어 경제적 타격을 입은 서부의 목장 경영자들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동부 부호들에게 자신들의 목장을 휴가용으로 개방했다. 이곳을 찾은 동부사람들은 카우보이의 낭만적인 이미지에 반해 그들의 복장을 흉내내 입기 시작한 것이다. 1941년 2차 세계대전은 청바지의 세계시장 보급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전쟁 당시 데님 작업복은 미국 군인들과 군수공장 노동자들에게 유니폼처럼 입혀졌으며 전쟁이 끝나자 유니폼을 공급하던 유럽의 상점들이 미군들이 벗어놓고 간 청바지를 팔았다. 청바지가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은 50년대에 이르러서다.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 '워터 프런트'에서 말론 브랜도가 입은 리바이스 501은 반항정신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때 청바지를 입는 것은 개성의 표시였고 달라지길 원하는 젊은이들의 표현이었다. 75년에 청바지 가공기법인 스톤워싱법이 일본의 에드윈사에 의해 개발되었고 77년에는 하이 패션디자이너 캘빈클라인에 의해 디자이너 청바지가 처음으로 생겨났다. 청바지는 80년대 말까지 실용주의패션을 이끌며 돈 벌어주는 효자 아이템으로 각광받았으나 90년대 고급 패션이 대두되면서 점차 그 세력을 잃어갔다. 청바지 전문브랜드의 매출이 급속히 감소하고 해외 유명 패션쇼에서도 데님을 소재로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처럼 한동안 유행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던 청바지가 올 가을 화려하게 부활했다. 신상품 판매에 한창인 패션매장을 보면 10대 소녀를 대상으로 하는 영캐주얼에서 40대 부인복까지, 저가의 동대문의류부터 값비싼 수입브랜드까지 청바지 소재의 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유명디자이너들 사이에 일기 시작한 '진즈패션(Jean's Fashion) 붐'이 이번 가을을 기점으로 패션업계 전체에 퍼진 느낌이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