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일자) 점점 커지는 세계적 불황 우려

미국의 2·4분기 성장률이 0.2%로 하향수정됨에 따라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리라는 비관론이 굳어지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10,000선 밑으로 급락하고 세계증시가 동반하락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이렇게 되면 세계경제,그중에서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경제가 심각한 불황으로 몸살을 앓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여간 걱정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2·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0% 내지 마이너스 성장률보다 높고,기업재고가 20여년만에 기록적으로 감소한 만큼 하반기에는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이란 낙관적인 견해도 없지는 않다. 그리고 대규모 세금감면 외에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올들어 7차례나 금리를 낮춘 만큼 경기부양 효과가 조만간 가시화되리란 기대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설비투자가 1980년 2·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인 연 14.6%나 줄었고,제조업에서의 대량해고가 급격한 경기후퇴를 막고 있는 버팀목인 소비지출,그중에서도 자동차나 주택 같은 내구재 구입에 조만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미국경기 회복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게다가 8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4개월만에 떨어졌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금리인하 효과가 제한적인데다,감세혜택도 서민층에는 상대적으로 적어 소비지출을 자극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 악화를 막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데 있다. 10년이 넘도록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독일을 비롯한 유럽경제도 최근 급격히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러니 지난 70년대 중반 석유파동 이후 처음으로 세계경제가 동시불황의 고통을 겪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정책당국은 지금이라도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경제계획을 세워야 마땅하다. "미국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현재의 경제상태가 외환위기 직후보다 더 심각하다"는 강봉균 KDI원장의 경고대로 이제는 더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우선 국회에 게류중인 추경예산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키고 세금감면 규모를 확대해야 하며,부진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기업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각종 규제철폐도 서둘러야 한다. 올 상반기까지도 미국경기 회복을 낙관하다 막상 예측이 빗나가자 허둥대는 무사안일한 자세를 되풀이하지 말고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