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혁명] 신축아파트 70% '사이버' 무장..기술표준 제정등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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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55분:비디오 시계가 조은집(33)씨를 깨운다.
모니터에는 "혈압이 약간 높으니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혈압강하제 복용을 잊지 말라"는 주치의의 조언이 떠 있다.
침대에 내장된 체온.혈압 체크 시스템이 매주 한차례 그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보낸 데 따른 주치의의 답이다.
오전 8시50분:집을 나서는 즉시 보안장치가 가동된다.
현관문 테라스문 침실창문 등 출입구의 보안상태는 언제 어디서나 핸드폰을 통해 점검하고 닫을 수 있다.
오전 10시15분:세탁기에 빨래를 담가놓기만 하고 나왔다는 생각이 난다.
사무실 PC로 집안 세탁기를 접속해 "섬세 세탁" 버튼을 누른다.
오후4시:차를 타고 가다 아파트 주민대표 선출 마감일이 오늘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핸드폰으로 아파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투표를 마친다.
오후 5시30분:주말 파티에 쓸 음악을 고르기 위해 전문 사이트에 접속한다.
10곡을 다운로드 받아 집에 있는 오디오로 전송하고 잠시 후 핸드폰으로 오디오의 동작 버튼을 눌러 직접 들어본다.
미국의 미래학자 조셉 코츠가 "2025년,과학과 기술로 변모된 미국과 지구촌"이란 책에서 묘사한 미래 생활상을 약간 각색한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멋지지만 아직 먼 일"로 여겨졌던 이런 일들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
"사이버 타운""e 빌리지"등의 이름을 달고 지어지는 "사이버 아파트" 가운데 이런 기능을 일부 갖춘 곳도 있다.
"사이버 아파트"란 인터넷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한 용어.
아파트를 지을 때 광케이블과 이더넷 방식의 구내망(LAN)을 깔아 인터넷 속도를 크게 높이게 되면서 생긴 말이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초고속 정보통신 건물인증제(엠블럼 아파트)를 실시한 뒤 올해 신축 아파트의 70%가 사이버 아파트로 지어지고 있다.
최근엔 더 나아가 인터넷을 이용해 가정의 여러 전자제품과 보안장치를 먼 거리에서도 제어할 수 있는 홈 네트워크를 갖춘 집이라는 의미를 포괄한다.
삼성전자는 전력선통신(PLC)으로 홈 네트워크가 가능한 전자제품을 만들어 시범단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과 제휴,주민이 웹패드를 통해 인터넷 쇼핑을 하면 5~6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아파트 단지도 생겼다.
거실에 앉아 놀이터에 노는 아이 모습을 확인하거나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할 수 있는 단지내 오토메이션 기능은 이미 상당히 확산됐다.
하규진 하나로통신 "아파트 LAN사업 추진팀장"은 "바람직한 사이버 아파트는 초고속 인터넷 망을 기본으로 하고 인터넷을 통한 홈 네트워킹 주문형비디오(VOD) 단지 웹사이트를 통한 편리한 전자상거래 커뮤니티 활동 등이 가능한 곳"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주문해서 보고 매끄러운 3차원 동영상을 즐기기 위해서는 전송속도가 매우 빨라야 한다.
2M~8Mbsp급인 기존 초고속 인터넷으로는 미흡하다.
이런 까닭에 통신업체들은 사이버아파트의 인터넷 전송속도를 1백Mbsp 이상으로 높이려 하고 있다.
통신업체들이 사이버 아파트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전자상거래 서비스도 기존 수준을 넘어선다.
단지별 홈페이지 안에 동네 슈퍼마켓,중국음식집 등을 빠짐없이 끌어들여 물건이나 음식을 주문한 뒤 20~30분 안에 받을 수 있는 지역 밀착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인터넷을 통한 홈 네트워크 실현에는 걸림돌이 몇가지 있다.
전세계 가전업체들 사이에 기술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과 인터넷 IP 주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홈 네트워크 기술 표준에는 USB IEEE1394 전력선통신 등의 유선매체와 블루투스 홈RF 무선랜 IrDA등 무선매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IP의 경우 현재 논의중인 IPv6가 채택되면 주소 자원이 넉넉해져 가정내의 모든 전자제품에 주소를 할당할 수 있게 된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