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패망 '秘史'] (16) '99년 7월22일 채권단회의에선...'

오늘 또 한장의 기밀 서류를 공개한다. 지난 99년7월22일에 있었던 대우 채권단 회의 의사록이다. 은행과 투신이 싸우고 당국자는 엄포와 공갈을 놓는 풍경이다. 정회가 선포되고 토론은 열기를 더해가지만 결국은 정부의 복안대로 결정되는 것은 지금과 꼭같다. 제일은행 본점에서 열렸던 이날 회의에서는 이호근 제일은행 상무가 의장을 맡았다. 15개 주요 채권단 관계자 및 금감위 이용근 부위원장, 금감원 허만조 신용감독국장이 참석했다. 지면 사정상 기록의 일부만 공개한다. "주변에 혹시 신문기자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당국자의 말이 눈에 띈다. 의장 =전체 지원액과 배분기준은 지난 19일 이미 확정됐으니 오늘은 실무 배분방법을 정하자. 한국투신 =은행보다 투신권에 배분액이 훨씬 많은 것은 곤란하다. 은행은 98년부터 회수했는데 올해(99년) 회수액만으로 배분액을 정한 것은 공평하지 않다. 금감원 =대우의 유동성 부족원인을 감안했다. 창구지도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만기연장에 협조하지 않아 사태가 발생한 것 아닌가. 제일투신 =롤오버에 적극 협조했다. 대우채권이 금리가 3~4%포인트 높은데도 회수한 기관에만 벌칙을 가하면 모럴해저드가 생긴다. 금감원 =어차피 채권단의 1백% 동의는 불가능하다. 상황이 심각하다. 대국적 견지에서 판단해 달라. 한투 =이 사실을 고객들이 알면 동요가 클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금감원 =고객 동요나 금융기관 환매는 우리가 지도하겠다. 한투 =제일은행이 신규자금 지원 기관에서 빠지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삼성투신 =배분기준도 투명하지 못하다. 보유한도를 초과한 곳은 빼자. 한국종금 =왜 또 배분기준인가. 오늘은 배분금액만 논의하는 자리다. 부위원장 =주변에 기자가 없는지 다시 확인해 달라. (여러차례 확인후) 시간이 촉박하다. 정상적 상황이 아니므로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 대한투신 =신규자금 지원액은 반드시 비공개로 해달라. 서울투신 =10%를 초과해 편입하는 것은 법규에 어긋난다. 의장 =한도에 여유있는 대우 계열사의 CP를 매입하면 된다. 외환은행 =신규자금 4조원의 사용처는 도대체 어딘가. 의장 =초단기 자금상환에 쓴다. 가능한 범위에서 사용처를 통보하겠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