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실적 눈치보며 500~580 박스권 등락..9월증시 어디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9월 첫거래일.그러나 주가는 "가을장"에 대한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려 버렸다. 5일연속 하락세.이제 540선 붕괴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처했다. 3일 주가가 하락한 것이 상징하듯 9월 증시 전망도 결코 밝지 않다. 가능하면 낙관적 전망을 내놓으려 하는 증권사 전문가들조차 "500선 붕괴우려"를 공공연히 외치고 있을 정도다. 9월장이 꼬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역시 내우외환이다. 세계경기의 침체도미노 현상에다 국내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보니 어느 것 하나 증시에 우호적인 것이 없다. 9월은 미국증시가 다시 본격적인 기업실적 발표시즌(Earnings Season)에 들어간다. 3.4분기 미국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기업실적이 좋을리 없다. 당연히 국내주가도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다시 '기업실적'이라는 폭풍 속으로=최근 세계경제는 장기 불황이라는 우려감에 휩싸여 있다. 세계경제가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미국 경기의 각종 경제지표가 더욱 악화되면서 '4·4분기 경기바닥론'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대부분 월가 전문가들은 지난 2·4분기 0.2%에 그쳤던 미국 GDP 성장률이 3·4분기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점치고 있을 정도다. 더욱이 9월은 미국 기업들이 실적 예상치를 발표하는 어닝시즌이다. 오는 6일 인텔이 실적 예상치를 내놓는다. 8월 결산법인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도 이번주 발표된다. 지난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이 실적 부진을 전망하면서 주가가 하락한 점을 상기한다면 미국의 기업실적 발표는 국내 주가의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악화와 함께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화된 점을 감안하면 충격의 정도는 약하겠지만 미국 기업들의 실적발표(예측)가 오는 10월 중순까지 지속된다는 점에서 국내 주가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9월 종합주가지수를 500~580선으로 예상했다. ◇추가 하락을 부추기는 국내 여건=불행하게 국내 여건도 좋지 못하다. 수출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산업활동 동향도 마이너스세다. 여기에 하이닉스 처리,대우자동차 매각,AIG 외자유치 등 구조조정의 상징물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국내 주가는 약세를 예고하고 있다. 장·단기 이동평균선은 거의 역배열(단기 이동평균선이 장기 이동평균선보다 차례로 낮은 것)을 형성하고 있다. 더욱이 이날 20일 이동평균선이 1백20일 이동평균선을 위에서 아래로 뚫고 내려 오는 데드크로스마저 발생했다. 박준범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9월에는 추석자금 방출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으나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물 건너간 상황이라 올 9월 국내 여건은 호재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국내외 여건이 깜깜한 건 사실이지만 어둠 속에서나마 조그만 희망의 불빛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제조업 신규주문 동향은 당초 예상과 달리 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국내 수출이 19.4%나 감소했지만 7월(20.0% 감소)보다는 감소폭이 줄었다. 그러나 이런 희망이 전체적인 흐름을 뒤바꿀 정도는 물론 아니다. 따라서 공격적인 투자 자세보다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다만 지지선 역할을 해왔던 500선이 쉽게 깨질 것 같지는 않은 만큼 섣부른 투매는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지난 3월 다우지수가 10,000 밑으로 떨어졌을 때 상승했던 종목 중 대우조선 대구도시가스 동원산업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