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넘자...비상경영 리포트] (7) 'PwC'..비즈니스 파트너

[ 고객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바꿔라 ] 이성렬 지난 봄 국내 모 가전업체는 대리점과의 전통적인 관계를 일대 혁신, 불황 속에서도 판매를 엄청나게 신장시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회사는 인터넷시대를 맞아 최종소비고객을 직접 공략하는데 마케팅 역량을 쏟아온 제조업계의 최근 추세와는 반대로 나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복고경영"이 아니라 대리점같은 전통유통채널을 비즈니스파트너로 격상시킨 CRM(고객관계관리)의 진수였다. 대리점 중심 판매는 지난 70년대부터 가전판매의 핵심채널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들어 경쟁력이 약화되는 추세였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구매파워"를 무기로 저가정책을 쓰는데다 쇼핑의 편의성에서도 앞서는 바람에 제조업체가 주도권을 쥐는 대리점판매체제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대형유통업체에 판매주도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가전업체는 대리점과 함께 고객을 관리하는 '공동 마케팅'에 나섰다. 고객정보를 대리점 전산 관리프로그램에 입력한 뒤 상품 교체주기에 이른 고객에게 집중적으로 광고물을 보내는 식으로 시장방어작전을 폈다. 이를테면 세탁기 신제품이 나오면 세탁기를 구입한지 7년 이상 된 고객들에게 카탈로그 등을 집중 살포했다. 전화와 방문, 각종 이벤트 행사도 이 소비계층에 초점을 맞췄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카탈로그 우편물을 받아본 사람들 중 대리점을 찾는 이가 40%에 달했고 이들중 약 60%가 구매를 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무작위로 발송할 때 잠재고객이 점포를 방문하는 비율이 2% 미만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그 성과는 대단한 것이다. 반면 우편물 발송건수는 10분의 1로 줄었다. 이 가전업체는 앞으로 대리점과의 공동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재,고객관리를 본격화하고 체계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CRM 전략은 전통적으로 애프터서비스 차원을 넘어 고객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 고객 만족을 극대화한다는 최신 경영기법이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CRM 관련 서적을 보더라도 금융 통신 서비스산업 등 서비스업의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은 물론 최종 고객을 기업이 직접 접촉해 서비스를 전달하고 수익을 올리는 산업이다. 이런 산업에서 CRM을 추진할 경우 최종소비고객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제조업은 다르다. 고객은 대리점이나 전문점 양판점 할인점 백화점 등을 통해 회사의 제품을 만나게 된다. 따라서 이같은 점포 중심의 채널고객(Channel Customer)과, 이 채널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 최종고객(End Consumer)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제조업체의 CRM 전략은 우선적으로 1차 고객인 유통채널 점주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서 출발한다. 판매대리점을 비롯한 유통채널과의 관계를 통해 서로의 수익을 올리고 매출을 증대시켜야 고객 만족이 가능한 것이다. 단지 제품과 서비스를 유통채널에 전달하는 그 이상의 전략이 되어야 한다. 판매대리점주를 사업의 동반자(Partner)로 삼아야 한다. 이들과 상호 '윈-윈'할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지 못하면 특히 불황기에 제조업체 생존은 힘들다. CRM보다도 한차원 넓어진 PRM(파트너 관계 관리)이라고도 말할 수있다. 그러면 유통채널과의 관계를 재정립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유통망이 기업의 제품을 단순 판매하는 기능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능동적인 '비즈니스센터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수익 개선을 위한 체계적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각종 절차와 조직, IT기술 등을 망라한 '제조업체와 유통채널'간의 새 관계 정립을 의미한다. 대개는 고객의 분석 데이터로부터 주문 관련 데이터, 제품및 서비스 정보 데이터 등 제조기업과 유통채널간 상호 공유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둘째 대리점주를 비롯한 유통채널의 관계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회사와 유통채널 간에 상호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 유통채널이 만족해야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고객과 기업의 만남은 단절될 수밖에 없다. 셋째 세일즈 기능도 변해야 한다. 그동안 세일즈는 주로 제품지식, 프로세스 지식, 가격및 판촉 지식 등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벗어난 내용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기껏해야 시장의 경쟁상황 파악이 고작이었다. 이제는 유통채널과의 관계 구축이 세일즈의 주 기능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채널고객을 기업 활동의 중요한 주체로서 내부화(internalize)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채널관리가 제조기업의 핵심주체로 자리매김하고 기업은 유통채널의 비즈니스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판매자(제조기업)와 구매자(대리점)의 구분은사라진다. 가전업체같은 제조기업이 유통채널로부터 비즈니스 파트너로 받아들여지면 그 기업은 어떤 불황에도 버틸 수 있다. 이는 유통채널과 제조기업이 손잡고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함께 전개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유통채널과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 제조기업이 추구해야 할 CRM의 최우선 과제다. 인터넷이나 각종 직접 채널을 통한 최종 소비고객에 초점을 맞춘 CRM을 구현하기 앞서 유통채널부터 다져야 한다. 흔히 인터넷시대를 맞아 전통유통채널과의 관계 혁신보다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최종소비고객 공략에 힘을 쏟는 기업들을 많이 보는데 이런 '인터넷 맹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 정리=기획취재부 ] --------------------------------------------------------------- 한국경제신문사 주최 세계 9대 컨설팅사 전문가 초청 '불황타개=글로벌 경영전략' 강좌가 오는 9월15일부터 12월8일까지 열립니다. 참가문의 및 신청접수 : 한국 컨설팅협회 3424-6725,6133(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