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3천여社 팔려고 내놔] "돈가뭄에 경영포기" .. 원인.대책

벤처기업 매물이 폭증하는 원인은 자금난 경영난 코스닥 침체 등 복합적이다. 이 중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자금난이다. 지난 99년말 벤처업계에 넘쳐나던 돈은 바닥을 드러냈다. 코스닥 침체로 투자자들은 발길을 돌린 지 오래다.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던 엔젤들마저 더이상 대박을 기대하기 힘든데다 툭 하면 실시되는 당국의 조사 등으로 마음이 떠난 상태다. 그렇다고 투자자의 발길을 되돌려놓을 만한 여건 조성도 어렵다. 국내외 경기 침체가 길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던 벤처기업이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벤처 육성을 외치던 정부의 목소리는 점차 작아지고 있다. ◇ 자금난에 짓눌리는 벤처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S사는 지난해 코스닥 등록을 추진했던 중견 업체다. 중국과 미국 진출을 시도하다 최근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 더 이상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네트워크 장비는 경기에 민감하다.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 통신업체들과 대기업들이 발주를 대폭 줄이자 이 회사 역시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다. 무선 동영상 솔루션을 개발한 M사는 앞으로 4개월이 고비다. 이때쯤 자금이 고갈된다. 국내 투자자가 없어 외자 유치를 추진중이지만 여의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돈을 준다는 곳이 있으면 그곳으로 우르르 몰린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이 1백% 보증하는 벤처기업 프라이머리 CBO 발행에 벤처기업들이 벌떼처럼 달려드는 것도 이 때문. 벤처펀드도 거의 없다. 지난달 창업투자회사들이 결성한 벤처펀드는 5건 4백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 한꺼번에 벤처에 투자되는 것이 아니다. 월평균 10여건에 이르던 펀드 결성은 최근 석달째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 벤처캐피털도 공멸 위기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은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다. 벤처기업이 어려우면 벤처캐피털도 마찬가지다. 벤처캐피털이 기존 투자분을 회수하지 못해 투자를 줄이자 벤처기업 자금난은 가중되고 있다. 중.소형 창투사들의 '개점 휴업'은 이미 오래됐다. 이젠 대형 업체들마저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코스닥시장 폭락으로 이미 상당한 평가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코스닥에 최근 등록된 CATV 장비제조업체 N사의 주가는 공모가는 물론 마지노 선으로 믿었던 벤처캐피털의 초기 투자가격보다 떨어졌다. "최소 2∼3배의 투자 수익을 예상했는데 손실폭만 커지고 있다"며 N사에 투자한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한숨만 내쉬었다. 그러다 보니 벤처캐피털들은 투자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 대책은 =벤처기업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 첫째 탄탄한 수익모델 구축. 둘째는 코스닥 등록을 통한 자금 유치. 셋째는 M&A다. 이 중 자생력을 갖추는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단기간내 이뤄지기 힘들다는게 문제다. 코스닥 등록 역시 가까운 장래에 크게 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현실적인 대안은 M&A밖에 없다. 그러나 M&A 시장도 여의치 않다.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M&A의 주체세력인 대기업이나 알짜 중견.중소기업, 사채 시장의 큰손 등이 움츠리고 있는데다 'M&A=머니 게임'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는 것도 M&A 활성화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외국의 경우 M&A는 지극히 정상적인 기업 경영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방향으로의 인식 전환과 M&A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게 벤처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3시장 활성화 등 소규모 벤처기업들의 주식이 거래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부에선 제기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