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오전 9.80원 하락, "시계 제로"

밤새 벌어진 미국의 동시 다발 테러사태가 환율을 격추시켰다. 개장초 우려감이 고조됐던 외환시장은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다른 외부요인보다는 향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지배하고 있다. 심리적으로 거의 공황(패닉)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지만 실질적으로 환율의 하락폭은 크지 않다. 시장 거래가 위축됐다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미 거래 범위는 다 보지 않았냐는 견해가 우세하다. 12시에 개장하는 주식시장이 변수로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나 거래자체에 거부감을 가지면서 움직임은 제한될 전망.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9.80원 내린 1,286원에 마감했다. 개장초 이월 달러매수초과(롱)상태였던 은행권에서 대거 롱처분에 나섬으로써 1,282원까지 내려서기도 했던 환율은 결제수요 등의 유입으로 낙폭을 다소 줄였다. 재정경제부는 개장전부터 "정부는 수출입결제 등 기업의 외환거래에 불편함이 없도록 외환시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불안심리에 편승한 투기조짐 등으로 환율이 급변동할 경우 다각적인 조치를 통해 시장안정에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해 투기심리 촉발을 봉쇄했다. 한국은행도 "환율 급락 등 시장이 과도하게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시장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는 대책을 발표했다. 전날보다 8.80원 낮은 1,287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85원으로 떨어진 뒤 1,288원까지 되오르기도 했으나 이내 힘이 떨어지면서 9시 52분경 1,282원까지 미끄러졌다. 이후 낙폭 과대에 따른 달러되사기 등과 네고물량 등이 상충되면서 1,283∼1,286원 범위에서 등락했다. 달러/엔 환율은 낮 12시 2분 현재 119.21엔을 나타내고있다. 미국 테러사태가 급락세를 야기하면서 전날 118.55엔까지 하락키도 했던 달러/엔은 도쿄장에서 119엔대로 진입,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닛케이지수 1만선이 무너지는 폭락에도 불구하고 달러/엔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닛케이요인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은 "서방선진 7개국(G7)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이 가능하다"며 "미국의 테러사태 발생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개혁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해 엔화 강세를 저지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하루이틀내 사태가 진정될 지, 패닉상태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환율은 1%가량 하락해 많이 변하지는 않았으나 분위기가 어떻게 잡힐 지는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식시장 개장이 변수이며 아래쪽이 막혔다는 인식이 강해 낙폭을 조금 줄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급한 포지션 처리외에 거의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지,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지 당분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