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수습, 여진에는 유의

주가가 나흘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전날 60포인트 이상 급락한 데 따른 반발매수세와 종합지수 500선 아래서의 저점매수세가 합세하면서 지수 반등 탄력은 비교적 강했다. 수요일 유럽증시 반등, 달러/원 환율 하향안정, 국제유가 진정 등 호전된 주변 경제여건이 투자심리를 빠르게 일으켜 세웠다.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따른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가 출회됐지만 개인과 외국인 매수세가 이를 받아냈고 더블위칭데이 충격은 없었다. 하이닉스가 또 다시 단일종목 사상 최대거래량을 경신한 데 이어 거래소 거래량도 10억주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거래량을 기록하는 등 신기록 행진은 전날에 이어 계속됐다. 그러나 뉴욕증시 개장 이후의 향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소비 둔화와 이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 장기화, 테러 응징에 따른 국지전 발발 가능성 등 ‘테러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한층 높아졌다. 뉴욕 증시 개장일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 ◆ 구조조정 매듭, 풀리려나 = 현대증권이 이날 이사회를 열고 우선신주 발행가를 AIG가 요구한 7,000원으로 변경했다. 또한 AIG의 신주 인수대금 4,000억원 전액을 현대투자신탁증권에 재출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지난 8월 우선신주 발행가를 8,940원을 결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AIG 컨소시엄의 현대투자신탁증권 매각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제거됐고 조만간 본협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현대투신과 더불어 구조조정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하이닉스도 14일 채권은행 대표자회의가 개최되고 여기서 지원방안이 최종 확정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구조조정 기대감을 달궜다. 더욱이 5,000억원 신규자금 지원 및 3조원 출자전환 등 지원방안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전해지면서 6억주 가까이 거래가 집중, 단일종목 사상 최대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2% 남짓 오름세로 거래를 시작한 현대증권은 결국 전날보다 740원, 10.74% 급등한 7,6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1,000원선 아래로 급락했던 하이닉스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 더블위칭데이 역효과 =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따른 정리매물 출회로 지수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장 막판 매수차익거래잔고 중 상당주가 롤오버되면서 지수 상승폭을 확대시키는 ‘더블위칭데이 역효과’가 반등을 도왔다. 12일 기준으로 2,737억원에 달했던 차익거래잔고 중 1,045억원 이상이 이날 롤오버됐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전했다.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물은 지난 1월 4,560억원 이후 8개월 중 최대치인 3,519억원 어치가 출회됐지만 개인과 외국인의 저가매수세에 고스란히 흡수되며 하락압력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 폭발한 거래량 = 거래가 폭발했다. 이날 거래소 거래량은 증시 사상 처음으로 10억주를 훌쩍 뛰어 넘었다. 10억2,293만주, 2조7,297억원 어치가 손을 옮겼다. 이는 지난 해 7월 11일 기록한 종전 기록 8억4,997만주를 2억주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물론 이날 거래량 중 하이닉스 거래량이 5억8,600만주로 전체 거래량의 57.28%를 차지했다. 이날 대규모 거래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종합지수 500선 아래서는 사 볼 만하다’는 저가매수세가 예상보다 두터웠던 데다 마침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맞아 3,519억원 이상의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됐기 때문이다. 김도형 KGI증권 연구원은 “가격메리트가 매수세를 끌어들인 주요 요인이었지만 8개월 중 최대규모의 프로그램 매물을 무난히 소화할 만큼 매수세가 강했다는 점에서 테러충격으로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향후 지수 움직임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