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전쟁] "복합불황"-"단기충격" 논란..엇갈리는 세계경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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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러사태로 인한 세계경제 전망이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세계경제가 '테러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지만 정책대응결과에 따라 오히려 경기회복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비관론자들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미국의 올 연말 상품판매가 전년동기대비 2% 줄고 유럽의 고급브랜드 상품 판매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통화정책 완화, 경제살리기 공조강화 등으로 세계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테러불황론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비교적 낙관적인 경기진단을 내리고 있다.
테러 불황론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은 세계경제의 측면에서 볼 때 최악시기에 발생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4분기중 연율로 3.2% 감소했고 미국 실업률은 지난 7월 4.5%에서 8월에는 4.9%로 급등했다.
유로존의 GDP도 2.4분기에 거의 성장을 멈췄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경제성장률 0.2%를 감안할 때 선진국 전체의 성장은 지난 9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다.
한마디로 전세계 경제가 이미 위험할 정도의 침체문턱에 다다른 상황에서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다.
따라서 이번 테러로 미국의 GDP는 3.4분기에 감소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투자은행은 테러공격의 영향으로 미국의 3분기와 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각각 0.8%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만약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그 여파는 더욱 클 것이다.
이는 미국의 보복공격을 포함해 앞으로 중동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달렸다.
산업생산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기업과 특히 소비자들의 투자 및 소비심리에 대한 영향이다.
단기적으로 이번과 같은 규모의 테러공격은 미국인들에게 쇼핑센터와 같은 공공장소를 두려워하도록 만들 수 있어 결국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걸프전 당시 경제가 침체의 벼랑에서 흔들릴 때 미국의 소비자 지출은 6개월간 2.6% 감소했다.
이번 경우는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이어서 충격은 더 클 것이다.
더욱이 지난주 하락분까지 포함할 경우 전세계 주식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피크 때보다 전세계 GDP의 3분의1에 달하는 11조달러나 떨어졌다.
세계경제는 1930년대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한 동반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세계적인 침체가 불가피하다.
싹트는 낙관론 =이번 사상초유의 테러가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절한 정책대응이 따르고 보복전쟁이 신속하게 마무리된다면 그 파장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경제예측(OEF)은 이번 테러공격이 소비심리, 주가,유가 등에 미칠 영향을 추산한 결과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깎아내리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결과는 내년 세계경제의 상승세 전환이 당초 예측보다 약해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아직도 회복세는 유지하는 것이다.
테러파장은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태도에 달렸다.
HSBC의 분석가 스티븐 킹은 지난 63년 미경제가 호황일 때 발생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과 67년의 6일전쟁 당시에는 소비자들이 거의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물론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지난 73년 욤키푸르전쟁과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에는 소비가 급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조사한 미국 컨퍼런스보드의 케일 포슬러는 "사실 1주일 전보다 확실성이 약간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때는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몰랐으나 지금은 행정부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진정으로 일치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앞으로의 정책대응에 따라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통화정책은 전세계적으로 완화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르면 이번주에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재정측면에서도 미의회가 앞으로 2년간 4백억달러의 비상지출을 승인했다.
이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의 애널리스트 가일스 키팅은 "미국의 군사행동이 짧고 성공적으로 그리고 국제적인 협력속에서 끝난다면 세계경제가 내년까지 최악의 영향을 극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